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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시장경제의 태두 '노예의 길'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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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시장경제의 태두 '노예의 길' 출간

입력
1999.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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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는 노예제도라고 하는 경고를 받아 왔음에도, 우리는 점차 사회주의 쪽으로 이행하고 있다」. 자유주의 경제 옹호론의 어투는 때로 정치 팸플릿과 다를 바 없다. 올해로 꼭 탄생 100주년을 맞은 자유주의 시장경제학자 하이에크의 「노예의 길(The Road To Serfdom)」이 번역돼 나왔다.50년대초 부산대 이정환 교수에 의해 처음으로 옮겨지긴 했으나, 책이 적극 주창하는 자유주의가 당시 국내 경제 상황과는 어긋나 기억 너머로 사라지고 말았던 고전이다. 일반 소개는 이번이 처음이 되는 자유주의경제의 「권리대장전」이다.

시장에 대한 정부의 통제와 개입주의(interventionism)에 대한 철저한 비판이 주조다. 그것은 결국 실업, 경기침체, 불황 등 경제적 불안만 초래할 뿐이라는 경고와 우려다. 당시 대재앙의 주범이었던 독일 이탈리아 러시아 등의 일탈적 행위들이 알고 보면 서구 세계질서가 발달해나감에 따라 파생된 필연적 결과라는 것. 책의 곳곳에서 제 2차 세계대전의 포연이 배어 나온다.

민주주의적 사회주의란 이상은 결코 달성될 수 없다. 카르텔이나 신디케이트 등 독점자본주의적 행태가 득세하게 되는 게 현실이다. 개인주의와 사회주의의 조화라는 위대한 유토피아의 환상이 폐기돼, 경제는 철저히 통제될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사회가 전체주의, 곧 노예의 길로 치닫게 되는 과정이 상술된다.

「어떤(any) 사람이든 어떤(any) 시점에서든 그가 얻게 되는 모든 것(everything)이 정부에 달려 있는가, 또는 다소의 어떤(some) 사람들이 어떤(some) 시기에 어떤(some) 방법으로 어떤(some) 것을 얻을 것인가」. 정책 입안 때, 항상 큰 문제로 부닥치게 되는 고전적 골칫거리다.

자유주의 체제와 전체주의 체제의 차이가 결정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은 이 문제의 해결 과정. 집산주의, 나치즘의 폐해에 대해 상술하면서, 바로 우리 자신 속에 그같은 전체주의적 측면이 내재해 있다고 경고한다. 동시대의 대역사학자였던 E.H. 카를 지목, 「전쟁의 도덕적 기능」 등 카의 저서에서 드러나는 전체주의적 면을 폭로하기도 한다.

옮긴이 김영청(61·동국대 회계학과) 교수는 『아담 스미스의 자유방임주의가 국가의 철저한 불개입주의를 주장했다면, 하이에크는 자유경제시장체제 공정법질서 아래에서의 자유를 주장했다』고 말했다. 재벌 구조조정 등 경제에 대한 최근 정부의 적극적 개입정책과 관련, 김교수는 『경제시장질서를 구축한 뒤에는 정부가 개입해선 안 된다는 게 하이에크의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지금껏 모두 39권에 달하는 자유기업센터(소장 공병호)의 자유주의 시리즈에 있는 하이에크의 저작은 「치명적 자만」 「자유헌정론 1,2」 등 모두 6권을 헤아리게 됐다. 그 중 「자유헌정론」은 하이에크가 서구문명의 정점으로 자유주의를 고찰, 경제학·철학·법학을 하나로 통합해 낸 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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