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을 동원한 대선자금 불법 모금사건 수사결과 「007작전」을 방불케하는 갖가지 돈 전달수법이 동원됐던 것으로 밝혀졌다.C그룹 회장의 경우 97년 12월 이석희 전국세청차장의 연락을 받고 B호텔 지하주차장으로 직접 승용차를 몰고가 이전차장이 가르쳐 준 번호판을 부착한 차량을 확인, 뒤트렁크를 서로 마주보게 승용차를 세웠다. 이 회장은 이전차장이 지시한대로 뒤트렁크가 미리 열려져 있었던 상대차량에 헌돈 5억원을 옮겨준 뒤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C그룹 회장은 『사업을 시작한 이후 그런 식으로 돈을 전달한 것은 처음이었다』며 혀를 내둘렀던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업계 K그룹도 당시 이전차장과 만나기로 한 날보다 하루 앞서 시내 한 호텔의 9층 객실을 예약, 현금 3억원이 든 대형 여행가방을 옮겨놓은 뒤 다음날 그룹부회장이 이전차장과 만나기로 한 6층 객실로 가방을 옮겨 날랐다. K그룹 부회장은 검찰에서 『가방을 갖고 객실에 들어가니 이전차장 대신 서상목의원이 있어 깜짝 놀랐다』고 진술했다. 또 서의원은 돈세탁을 위해 97년 9월부터 10월까지 4차례 L호텔·D보험 주차장 등지에서 한국종합금융측에 30억원을 건네주면서 서로 미리 알려준 차량번호만 확인한 뒤 돈을 주고 받았다. 돈을 전달할 때는 사과상자, 여행가방 외에 이불포장용 천막까지 사용됐고, 전달시에는 『이박사가 보낸 선물』등 암구호로 상대를 확인하기까지 했다.
이밖에도 서의원과 김태원 전 한나라당재정국장 등은 친분있는 금융기관에 의뢰, 직원 친·인척 명의로 차명계좌를 개설, 126억여원을 세탁했다.
황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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