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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WWW 세상읽기] (26) 옆 차선은 빠르다는 환상

입력
1999.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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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이 급한 출근길에 운전을 하다 보면 내 차선보다 옆 차선이 차가 잘 빠지는 것같다고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옆 차선으로 바꾸기 위해 무리하게 차머리부터 들이밀다가 많은 운전자가 접촉사고를 내는 것도 아마 비슷한 생각때문에서일 듯 싶다.그러나 「옆 차선은 더 빠르다」는 생각은 환상일뿐이라고 한다. 토론토대학과 스탠포드대학의 합동연구팀이 과학전문지 네이처(nature.com)에 최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전세계의 운전자들이 길이 막히는 때일수록 이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모의시험을 해보니 교통이 정체될 때에는 어느 차선이나 비슷했다.

그렇다면 왜 옆 차선이 더 빨라 보이는 것일까. 「남의 떡」은 더 커보이고 이웃집 꽃밭의 장미는 더 탐스러워 보이는 것과 같은 맥락일까. 연구팀에 따르면 눈앞에 벌어지는 현상의 일부만 우리가 지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옆 차선을 건너다 보면 자동차들 간의 간격이 분명하게 보이지만 내 차선에 늘어선 자동차들 간의 간격은 보이지 않고, 나란히 서 있던 옆 차가 내 차보다 앞서 갔을 때는 분명히,「짜증나게도」 잘 보이지만 내 차가 앞서 갔을 때는 옆 차는 보이지도 않고 내 차가 앞섰음을 금방 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출근길에, 보름 쯤 후면 다가올 추석 귀향길에 혹시 옆 차선이 더 빠른 것같다는 생각이 들면 그것은 환상이며 전세계 교통사고의 4%가 차선바꾸기에서 비롯된다는 영국 자동차협회(theaa.co.uk)의 통계를 기억할 일이다.

옆 차선이 더 빠른 것이 아님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서도 기억해두면 좋을 것같다. 직장일을 열심히 했는데, 살림을 소홀히 한 적이 없는데 그 날이 그 날인 것같고 이웃의 삶은 나아진 것같은 생각이 들 때가 누구에게나 있는 듯하다. 팽팽히 쥐고 있던 「생활의 끈」을 놓아버리고 싶은 순간들이 있는 것이다. 이런 때 회사원은 공무원이, 직장을 가진 주부는 전업주부가 부러워 보인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전직을 하는 것은 결국 이런 옆 차선에 대한 환상, 이웃의 삶에 대한 선망 때문일 수도 있다.

『여름휴가를 느긋하게 캠핑하며 보낸 이들을 보면 다른 인생이라는 옆 차선으로 바꾸어 볼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바쁘게 살기로 선택했으니 열심히 일하며 살겠다』는 한 선배는 옆 차선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쉼 없이 가고 있어 아름다워 보인다. 옆 차선으로 바꾸기보다 선택한 차선으로 나아가기가 더 안전하기도 하다.

박금자 /편집위원 parkj@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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