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는 피하려면 따라다닌다친하는 법 배우면 재미 쏠쏠
벙커노이로제에 걸린 골퍼들이 의외로 많다. 티잉 그라운드에 섰을 때 벙커가 눈에 들어오면 괜히 겁을 먹고 가슴이 철렁 한다. 팔다리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고 경직돼 정상적인 샷을 날릴 수 없다. 볼이 벙커에 들어가면 「이제 죽었구나!」하며 낙담한다. 겁먹은 벙커샷은 미스샷으로 이어지기 일쑤다.
증상이 심한 사람은 첫 홀 벙커에 들어가면 18홀 내내 벙커 주변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징크스를 보이기도 한다.
벙커를 좋아하는 골퍼는 없다. 그러나 골프를 제대로 즐기는 사람은 벙커를 다룰 줄 알아 벙커의 공포에서 벗어난다. 오히려 벙커에 볼이 들어갔을 때 안전하게 탈출하는 것에 더없는 쾌감을 느낀다.
벙커와 헤저드, OB구역이 없는 골프장은 상상할 수 없다. 만약에 골프장에 이런 장애물들이 없었다면 골프는 가장 무미건조한 운동으로 전락하고 말았을 것이다.
골프라는 운동의 속성상 벙커가 필수적이라면 벙커와 친하는 법을 배우는 게 상책이다. 벙커와 친하지 않고는 벙커노이로제에서 헤어날 수 없다. 벙커와 친하는 길은 벙커샷 훈련을 하는 길밖에 없다. 처음부터 멋진 벙커샷을 날릴 생각을 말고 골프교습서나 레슨프로, 고수가 가르치는대로 기본을 지키며 샷을 하겠다는 자세만 가지면 어렵지 않게 벙커샷을 익힐 수 있고 벙커의 공포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벙커 탈출하는 법을 터득한 싱글 골퍼들은 오히려 벙커샷이 가장 안전하다고 말한다. 배운대로만 하면 얼마든지 파 세이브가 가능하고 운이 좋으면 바로 홀컵 속에 볼을 집어넣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골프의 맛을 아는 사람들은 벙커가 장애물이 아니라 목표점이라는데 동의할 것이다. 그린 주변에 벙커를 만든 것은 파온을 어렵게 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벙커를 각오하고 과감한 샷을 날리는 사람에게 벙커는 최악의 상황을 막아주는 구실을 한다. 실제로 많은 골프코스가 OB로 연결되기 쉬운 지점에 벙커가 배치돼 있다. 굳이 이 벙커를 피하려들다간 OB를 자초할 위험이 크다.
묘한 것은 벙커를 피하려고 하면 할수록 벙커에 빠지고 의도적으로 벙커에 볼을 빠뜨리려 하면 오히려 볼은 벙커를 피해 날아간다는 점이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야 한다. 벙커를 수용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벙커공포에서 벗어나 얼마든지 부드러운 샷을 날릴 수 있다.
/방민준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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