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배럴당 10달러까지 떨어졌던 국제 원유값이 3일 21달러를 넘어섰다. 불과 6개월 사이에 100%나 뛴 것이다. 전쟁이 아닌 평시 상황에서 석유값이 이렇게 치솟았던 기억을 찾기 힘들다. 석유 의존도가 유난히 높은 우리 경제에 주는 약영향을 생각할 때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이런 석유값의 반란은 경제당국이 설정했던 물가안정 및 국제수지 대책을 뒤흔들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부가 예상하는 올해 석유수입량은 8억7,000만배럴이므로 배럴당 1달러만 올라도 8억7,000만달러의 어마어마한 추가 부담이 생긴다. 정부는 올해초 평균유가를 14달러로 당시 보다는 높게 계상했지만 이런 가격흐름으로 볼 때 올해 예상했던 140억달러로 필요한 석유를 수입하는데 부족할 것이다.
또한 유가는 국민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당장 9월1일부터 자가용 운전자들이 휘발유값을 ℓ당 30원씩 더 내고 있다. 배럴당 1달러 오를 때 국내 석유제품 가격이 2.58% 올라 0.09%의 소비자 물가 상승요인이 된다.
국제유가가 터무니 없이 오르는 이유를 정부와 기업은 물론 소비자들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우선 수요측면에서 보면 아시아 경제위기가 해소되면서 소비가 늘었기 때문이고, 공급측면에서 보면 여러해동안 자국이해만 내세우며 감산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던 사우디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등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하루 200만배럴 감산합의를 거의 차질없이 지켜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요 석유생산국인 러시아 멕시코 노르웨이등이 OPEC 국가에 동조해서 100만배럴 감산을 이행하고 있다.
이들 석유수출국기구 국가와 이에 동조하는 나라들은 그동안 석유값의 하락으로 국가재정이 파탄에 이를 정도로 어려웠지만 자국이해에 집착함으로써 단결을 못했고 그 덕분에 국제사회는 저유가의 혜택을 향유했다. 이제 석유감산이 이익이라는 공통분모를 구축한 이상 고유가(高油價)추세가 반전되기는 힘들 것이다.
석유 한방울 생산되지 않는 우리는 미국 일본 독일에 이은 4대 석유수입국이다. 그러나 국제 유가에 관한한 우리는 아무 영향력이 없다. 정부 기업 국민 모두가 에너지 효율화와 절약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 그 길만이 고유가를 극복하는 방법이고 장차 환경문제에 대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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