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鄭夢憲)회장의 검찰 출두만은 막아라」본격적인 검찰조사를 앞둔 현대그룹의 최고경영진은 5일 서울 종로구 계동 본사로 출근하지 않고 외부에서 변호인들과 함께 그룹의 최종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정부당국과 검찰 수뇌진에 현대의 입장을 전달하느라 동분서주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현대는 검찰이 6일부터 김형벽(金炯璧)현대중공업 회장, 박세용(朴世勇)현대상선회장, 이익치(李益治)현대증권 회장을 잇따라 소환, 조사한 후 정몽헌회장까지 소환키로 한데 크게 우려하고 있다.
현대 고위관계자는 『정회장은 반도체·전자·건설사업을 위해 1년 중 절반 이상을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검찰에 출두하는 장면이 해외언론에 보도된다면 경영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전문경영인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의혹이 모두 해소돼 정회장이 출두하는 일은 없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대는 일단 검찰이 3~4일 중 이계안(李啓安)현대자동차사장과 노정익(盧政翼)구조조정본부 전무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룹 차원의 조직적 개입이 없었던 것을 확인했다고 보고 있다.
그룹은 이에따라 박세용회장과 김형벽회장 조사에서도 특별한 문제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익치회장은 검찰의 사법처리 의지가 워낙 강경해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는 이회장이 막상 구속되면 현대증권, 현대투자신탁운용 등 그룹 금융계열사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대는「현대증권이 시세조종을 통해 현대전자 주가를 올린 후 전환사채를 팔아 1,000억원, 보유하고 있던 현대전자 주식을 매각해 400억~500억원의 이익을 봤다」는 검찰의 시각에 대해 「투자가치론」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당시 현대전자의 주가는 1만5,000~2만원으로 8만~9만원을 오르내리던 삼성전자에 비해 턱없이 낮았기 때문에 중장기적 투자를 위해 현대전자 주식을 매집했으며 매월 증권감독원에 신고까지 했던 사항이라는게 현대의 논리다.
그룹이 현대중공업에 지시해 1,882억원의 자금을 동원토록 한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당시 현대중공업이 현대증권에 이익을 내달라며 자금관리를 맡겼는데 마땅한 투자대상이 없어 미래가치가 높았던 현대전자 주식을 매입했던 것』이라는 입장이다.
현대는 특히 검찰이 정몽헌회장을 현대전자 시세조종의 배후책임자로 지목하고 있는 것에 대해 『건설, 전자, 상선 등 굵직한 일만해도 제대로 챙길 시간이 없는 정회장이 주가관리까지 지시했을리 만무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검찰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반발이나 「봐주기 수사」의혹을 비껴나기 위해 모양갖추기 차원에서도 정회장을 소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한편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던 이계안사장은 출국금지 대상에서 해제됐으며 6,000억원 규모의 해외주식예탁증서(DR)발행 등을 위해 5일 오전 유럽으로 떠났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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