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이 많아서"16대 총선을 바라보는 한나라당의 분위기는 상당히 고무돼있다. 저마다 수심이 가득했던 올초와는 사뭇 다르다. 전전긍긍하던 수도권 의원들도 6·3 송파갑과 인천 계양·강화갑 재선거, 지난달 고양시장 선거에서 잇따라 승리, 안정을 되찾았다. 임창열(林昌烈)경기지사부부 뇌물, 옷 로비의혹, 조폐공사 파업유도사건 등 잇따른 여권의 헛발질이 표로 연결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지뢰밭」이 도처에 깔려있는 것이 사실. 당장의 가장 큰 고민은 민주산악회다. 민산의 정치세력화는 곧바로 야권의 분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측이 『결코 신당 창당으로 가지 않는다』고 수차례 밝혔지만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당내에서는 『민산이 내년 총선 등 향후 정치일정을 내다본 장기 구상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의구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민산의 정치적 색채가 짙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경우 당은 파란속으로 빠져들게 되고 당연히 총선 승리도 물 건너가게 된다. 설사 민산이 신당으로 전화(轉化)하지 않더라도 김전대통령이 부산·경남지역의 공천권에 개입할 여지는 남는다. 그것만으로도 한나라당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채 정리되지 않은 비주류 중진과의 관계도 문제다. 현재 이총재와 손을 맞잡은 중진은 「뉴밀레니엄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김덕룡(金德龍)부총재뿐이다. 이기택(李基澤)고문 조순(趙淳)명예총재 김윤환(金潤煥)·이한동(李漢東)의원 등은 여전히 이총재의 지도노선에 냉소적이다. 이총재는 이들을 안고 갈 것인지 아니면 떼어놓고 갈 것인지를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총재가 당론으로 소선거구제를 밀어붙이는 바람에 잠복기에 들어갔지만 선거구제도 당내 분란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지난달 말 천안 중앙연수원에서 열린 의원·지구당위원장 연찬회에서도 중선거구제를 선호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일상적인 당 살림을 꾸려가기에도 벅찬 재정형편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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