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폐공사파업유도 국정조사특위」청문회 마지막 날인 3일 경복고 2년 선후배 사이인 진형구(秦炯九)전대검공안부장과 강희복(姜熙復)전조폐공사사장이 대질신문에서 맞닥뜨렸다. 개별신문에서 두 사람의 진술이 엇갈렸기 때문에 대질 과정에서 진실규명이 기대됐으나 기대는 충족되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신문 초반에는 상당히 상기된 표정으로 긴장된 모습이었으나 의원들의 추궁이 무디다고 느낀듯 시간이 흐를수록 여유을 찾았고 청문회는 맥이 빠졌다.○… 진씨와 강씨는 증인석에서 바로 옆자리에 앉았으면서도 서로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자기 답변에만 열중, 껄끄러운 감정의 앙금을 짐작케 했다. 강씨는 또 신문에 들어가기 전 『얼굴을 마주치고 싶지 않다』며 대기실 아닌 다른 방을 이용, 인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신문과정에서도 진씨는 『강전사장이 제 발로 찾아왔다』는 말로, 강씨는 『꺼림칙했다』『불쾌했다』는 표현으로 감정의 일단을 드러냈다. 다만 두 사람은 서로 상대방의 증언 도중에 끼어드는 일은 일절 삼감으로써 최소한의 예의를 지켰다.
○… 이날 핵심 쟁점에 관한 두 증인의 답변 특징은 「말 바꾸기」와 「물타기」였다. 강씨는 이른바 「파업유도」에 대해 『똑같은 말이라도 처한 입장에 따라 달리 들린다』며 26일의 「진씨의 압력」시사 증언을 희석시켰다. 강씨는 또 『압력인지 아닌지 확실히 하라』는 자민련 이건개(李健介)의원의 끈질긴 추궁에도 끝내 『꺼림칙했다』는 표현을 고수, 26일의 증언을 뒤짚으며 수위조절에 나서는 모습이었다. 한편 진씨는 강씨와 전화통화한 사실이 계속 문제가 되자 자청해서 『전화로 직장폐쇄의 위법 소지에 대해 얘기한 적은 있다』며 「부분 인정」으로 예봉을 피해가는 수완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청문회는 마치 「서로 봐주기」라는 인상마저 주었으나 진씨가 강씨에게 『노조에 수용불가능한 임금협상안을 제시, 결렬시키라』고 지시했다는 대목에선 두 증인의 답변이 끝까지 대립했다.
○…조폐공사 전·현직 노조간부까지 포함시킨 3각 대질신문이었음에도 불구, 의원들의 질문 강도는 이미 했던 개별신문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여야 의원들은 모두 이날이 마지막 신문 기회임을 지나치게 의식, 증인들의 답변을 구하기 보다는 자신들이 내린 총괄 결론을 증인에게 「강요」하느라 목소리 높이기에 바빴다. 보다못한 김태식(金台植)위원장이 『의원들은 자기 말만 하지 말고 대질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 달라』고 주문할 정도였다. 의원들의 질의가 이런 방향으로 흐르자 진씨와 강씨, 두 핵심 증인은 때로 미소를 띠거나 의원들의 질의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등 여유을 보였다. 이에앞서 신문 서두에 야당측이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 고발을 동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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