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의 보유를 헌법에 명시하자』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인정하기 위해 헌법을 고치자』 이달 하순 각각 치러질 총재, 대표 경선을 앞두고 일본 자민당과 민주당의 일부 후보들이 헌법 9조의 개정을 적극 주장, 정치권에 개헌논의가 불붙고 있다.헌법 9조는 「전쟁 및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 행사는 국제분쟁 해결 수단으로서는 영구 방기한다」「이를 위해 육·해·공군 기타 전력은 갖지않고 교전권을 인정하지않는다」고 선언하고 있다. 침략과 전쟁의 과오를 되풀이하지않겠다는 다짐이 담긴 「평화헌법」의 핵심이다.
그러나 21일의 자민당 총재경선을 앞두고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전정조회장은 『집단적 자위권은 인정돼야 마땅하다』며 『정부의 헌법 해석이 이를 가로막고 있는 현실에서는 헌법을 개정해야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의 노림수는 분명하다.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 가토 고이치(加藤紘一) 전간사장과의 3파전에서 열세를 면치못하는 상황에서 당내 비주류 강경파를 끌어들이려는 전략이다. 주변국의 눈길을 고려해야하는 오부치 총리가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고 가토 전간사장은 일관되게 호헌(護憲)을 주장해왔다는 점에서 개헌 주장은 그의 최대 무기인 셈이다.
한편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 간사장대리는 2일 밤 TV토론에서 『자위대는 군대라고 헌법에 못박자』고 밝혔다. 「침략전쟁과 징병제 불가」를 전제로 한 것이지만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자유당 당수 등의 지론인 「군대 보유」를 주장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던지고 있다. 이것 또한 오는 25일의 민주당 대표 경선을 겨냥한 것이다. 간 나오토(菅直人) 대표, 요코미치 다카히로(橫路孝弘) 총무회장과의 3파전으로 치러질 경선은 하타 쓰토무(羽田孜) 전총리가 이끄는 당내 보수파의 향방이 최대 변수이기때문이다.
물론 정치권 일부의 헌법 9조 개정 주장에 대단한 무게가 실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거같으면 상상할 수 없었던 주장이 공개적으로 당당히 제기되고 있는 사실 자체가 일본 정계의 보수화 흐름을 확인시켜준다. 특히 최대 야당인 민주당에서 헌법 개정이 본격 거론되는 것은 개헌 견제세력의 쇠퇴라는 점에서 주의를 끌고 있다. 무엇보다 이런 움직임이 내년에 시작될 국회 헌법조사회의 활동은 물론 이와 병행할 국민적 헌법 논의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리라는 점에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 자국이 직접 공격을 받지않더라도 동맹국 등 자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나라가 공격을 받을 경우 무력으로 저지할 수 있는 권리.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56년 「국제법상 집단적 자위권을 갖고 있는 것은 주권국가인 이상 당연하다」면서도 「헌법 9조하에서 허용된 자위권의 행사는 우리나라를 방위하기위한 최소한의 범위에 머물러야 하는 것으로 해석되므로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는 그 범위를 넘는 것으로 헌법상 허용되지않는다」는 공식견해를 밝혔다. 헌법이 개별적 자위권만 인정하고 있다는 일본 정부의 이같은 견해는 많은 도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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