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화제도 많고, 관객도 많았던 심형래의 「용가리」가 막을 내렸다. 아직도 20여개 구민회관에서 용가리가 불을 뿜고 있지만 사실상 국내 상영은 끝난 셈. 실눈을 떴건, 눈이 휘둥그레졌건 연일 흥행에 신경을 곤두세웠던 국내 매스컴들. 『도대체 심형래가 누구길래』라며 찾아온 일본(NHK) 미국( CNN) 독일(ARD)방송들. 한국영화 사상 이런 난리는 없었다. 그것도 한 코미디언이 만든, 흔히 말하는 코묻은 돈을 노리는 어린이 영화에.「용가리」는 두 가지 「최고」를 남겼다. 제작비(110억원)와 해외수출(현재 270여만 달러)이다. 감독은 신지식인 1호가 됐고, 영화는 한국 어린이 SF의 새 장을 열었다. 전국 150만명(서울 52만명)이란 흥행기록도 과소평가할 수 없다. 심형래의 반응. 『기대에는 못미쳤지만 만족한다. 어차피 국내에 목을 맨 것은 아니니까』
400여가지의 용가리 캐릭터를 응용한 700여개의 상품이 쏟아져 나왔고, OST(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음반도 15만장이나 팔렸다. 우리영화도 디즈니처럼 영화로만 끝나지 않고 수많은 부가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산업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사실 공룡같은 괴수가 입에서 불까지 뿜는 용가리만한 매력적인 캐릭터도 없다. 그것의 독창적인 개발은 분명 소중하고 가치있는 우리 상품임에는 틀림없다. 강우석 시네마서비스 대표는 거리낌없이 「용가리」를 칭찬했다. 『어린이 시장을 개척했다는 점에서도 소중하다』고. 그 역시 한때 예술지상주의자들로부터 「투캅스」나 만들어 돈이나 버는 감독이라는 비난을 받았었다.
그렇더라도 「용가리」가 남긴 과제 역시 적지 않다. 어쩌면 그것들이야말로 심형래의 다음 작품과 「용가리」의 가치를 결정할지도 모른다. 지루하고 어설픈 드라마, 허술한 시나리오, 어색한 연기, 정교하지 못한 세트, 어두운 화면, 단로로운 액션 등. 영화가 테크놀로지 하나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준 것들이다. 이런 시행착오와 단점을 심형래는 인정했다. 그래서 4억원을 들여 사이커와 대결장면을 추가하고, 특공대와 상황실 세트를 다시 찍고, 드라마도 손질해 내년 2월 AFM(미국 필름마켓)에 나가 메이저와 계약을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이다.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무겁다.
분업화의 필요성도 절감했다. 심형래는 더 이상 자신이 1인 4역(제작, 촬영, 감독, 각본)으로 북치고 장구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당장 다음 작품인 「이무기」부터 시나리오 작가 3, 4명을 두고, 드라마 부분 감독도 영입한다. 자신은 제작자만 맡고 특수효과만 연출한다. 『「용가리」는 시작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성공이었다』고 자평하는 심형래. 그가 가야할 길은 아직도 멀고 험하다. 이제는 용기있는 시도만으로 그에게 박수를 보낼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이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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