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고위관계자가 1일 밝힌 선거법 교차투표(크로스보팅) 방안이 과연 여권의 중선거구제 관철에 유용한 카드가 될 수 있을까. 크로스보팅이 이뤄지면 자민련과 야당내의 중선거구제 선호 세력이 국민회의를 도와 중선거구제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킬 수 있으리라는게 이 관계자의 기대이다.그러나 2일 여야의 반응을 종합해 보면 크로스보팅 성사 자체가 불투명하다.
크로스보팅이 이뤄지기 위해선 여야 3당이 모두 선거구제에 대해 당론을 정하지 않아야 한다. 당론을 정하지 않고 모든 의원들이 자유 의사에 따라 투표 하는 제도가 크로스보팅이기 때문이다.
우선 한나라당이 이를 받아들일 분위기가 아니다. 이사철(李思哲)대변인은 이날 당직자회의가 끝난 뒤『중선거구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면 야당과 자신있게 협상을 할 일이지 야당의 내부 분열을 노리며 크로스보팅과 같은 비겁한 행동을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선거법은 선거구제뿐 아니라 선거구 획정 등 의원 개개인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항을 많이 담고 있어 논리적으로도 크로스보팅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자민련도 문제다. 크로스보팅이 이뤄져 여권이 중선거구제를 표로써 관철시키려면 우선 자민련측 표를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가능한 지 의문이다. 박태준(朴泰俊)총재등 소수 영남·수도권 출신을 제외한 대부분의 자민련 의원들은 여전히 중선거구제에 강한 반감을 갖고 있다.
『크로스보팅이 되면 우선 국민회의 내부에서부터 중선거구제 반대표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실제로 상당수 호남 의원, 수도권의 대부분 소장파 의원들은 중선거구제 당론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이같은 복잡한 사정을 반영, 국민회의측에서는 2일 『청와대측의 얘기가 너무 성급했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한 고위당직자는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면 야당을 설득할 수 있는 여러 카드들이 생길 수도 있다』며 크로스보팅보다는 정치자금 문제 등과 연계한 「일괄타결」쪽에 더 무게를 두었다.
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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