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유상증자를 실시한 한 기업의 경우 증자발표 당시 주가는 6,000원대였다. 증시에서는 「증자를 성공시키기 위해 회사측이 1만원까지 주가를 끌어올린다」는 소문이 돌았다.그로부터 한달여가 지난뒤 청약일이 임박했을때 이 회사 주가는 정확히 1만150원까지 올랐다. 그리고 연 8일간 주가는 하락을 거듭, 다시 6,000원대로 떨어졌다. 주가가 오르는 것만 보고 뒤늦게 뛰어든 소액투자자들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증시에서 이처럼 증자발표후 주가가 급등락하는 현상을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다. 해당 회사의 보이지 않는 「주가관리」가 이뤄지는데다 「주가관리」를 은근히 기대하는 심리까지 주가의 급등락을 부추긴다.
기업이 공식적으로 주가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투신사의 자사주펀드에 가입해야 한다. 하지만 자사주펀드제도는 94년 자사주 매입이 허용된 이후 신규가입이 거의 없는 상태.
자사주매입 역시 의결이나 배당권이 주어지지 않고, 배당가능한 이익이내로 매입규모가 제한되는데다 일일이 공시를 해야 하기 때문에 「관리」의 효율성이 떨어져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대신 전주(錢主)를 물색, 집중적으로 주가를 올리는 「작전」이 선호된다. 현대전자의 경우처럼 마감 동시호가시간에 엄청난 「사자」주문을 쌓아둔다든지,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서로 사고파는 비정상적인 수법이 동원되는 것은 물론이다.
증자 주간사를 맡은 증권사도 해당 회사 주식을 사주거나 투자정보지에 매수추천을 하는 식으로 협조하기도 한다. 또 증자때가 다가오면 신기술개발, 외국사와의 제휴, 신사업진출 등 각종 호재성 발표를 터뜨려 분위기를 잡는 것도 일반적이다.
일부 증시관계자들은 주가관리를 「필요악」이라고까지 말한다.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것을 보여줘야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발행에 성공,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계획된 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끌어올려진 주가는 급락할 수밖에 없고, 작전에 참가한 전주들이 차익을 챙기고 단기에 빠져나오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결국 증자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기업의 장래성을 정확히 판단, 증자참여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비정상적인 주가조작은 근절돼야 한다』며 『주가를 관리하더라도 이는 투자설명회(IR)나 자사주 매입과 같은 공식적이고 투명한 수단을 통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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