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사건은 한나라당이 여당시절 대선자금을 모금하는 과정에서 개입된 불법성과 부도덕성을 파헤쳐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는 「특효약」이었다. 그러나 여권은 이 특효약을 남용함으로써 효과를 떨어뜨렸고, 때때로 적지않은 부작용을 일으켰다. 물론 이 사건은 구여권이 정치목적 달성을 위해 국가의 조세징수권을 어떻게 악용했는가를 보여주는 중대한 범죄행위임에 틀림없다. 당초부터 정략에 따라 침소봉대되거나 흐지부지될 사안은 아니었다.여권은 그동안 이 사건이 국기를 문란케 한 중대사건인만큼 철저하게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이에따라 검찰도 엄정하게 수사를 벌여 많은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검찰수사의 진행과정, 조사내용의 유출,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처리등에서 이 사건이 본질을 벗어나 정략적으로 이용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검찰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무차별적인 계좌추적은 검찰의 신뢰성에 상당한 먹칠을 가했다고 할 수 있다. 이 와중에 검찰 계좌추적이 세풍사건과 무관하게 한나라당 후원회까지 이어졌다는 사실이 또다시 밝혀진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한나라당이 「야당탄압」이라고 주장해도 검찰은 할 말이 없게 된 것이다.
여권은 이 사건이 알려졌을 때 「국기를 흔드는 사건」이라고 규정했는데 어느 면에서는 그 말이 맞다. 또한 이 사건은 장기간 여야 대치정국의 원인이었다는 점에서 유야무야의 방식으로 끝날 사건은 아니다. 더구나 이 순간에도 여야는 사건의 성격을 두고 국민에게 서로 다른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세풍사건은 법률적 측면 보다는 정치적 측면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하는 특이한 성격의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정치자금 문제에서 자유로운 입장에 설만한 정치인, 또는 정치지도자가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 사건은 정치적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당할 만한 소지가 있다.
어쨌거나 세풍도 정치자금의 하나의 곁가지라고 본다면, 지금의 여당도 과거의 정치자금 또는 97년 대선자금 문제에서 자유롭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여야는 법률적 측면을 떠나 정치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타당하리라고 본다. 여야는 이 사건을 정치적 쟁점으로 보지말고, 과거의 잘못을 고치는 디딤돌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여권이 세풍사건을 어떤 형태로든 일단락짓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것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세풍사건에 대한 여야의 향후 입장정리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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