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를 살린 메시아」「국민에게 신기루만 보여주는 인물」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으로 사법처리 위기에 놓인 이익치(李益治·55·사진)현대증권 회장. 그가 침체된 국내증시를 일으킨 절대적인 공헌자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그에 대한 전망이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게 제기돼 왔다.
이회장이 관심의 초점이 된 것은 올 3월 「한국경제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강한 메시지와 함께 시작한 주식형 수익증권 「바이코리아(Buy Korea)펀드」가 성공을 거두면서부터다.
당시 이회장은 『3년안에 100조원을 모으겠다. 한국증시는 3년내 주가지수 2,000선, 6년내 6,000선까지도 가능하다』고 공언했다. 증시전문가들은 『증시의 「증」자도 모르는 비전문가의 허황된 전망』이라며 무시했다.
그러나 바이코리아펀드의 판매고가 두달여만에 5조원을 넘어서고 주식형 수익증권 등 간접투자상품이 붐을 이루면서 주가가 급등, 주가지수가 1,000선을 넘자 증시주변에서는 서서히 이회장의 말을 경청하기 시작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회장이 종합주가지수를 200포인트 정도 끌어올렸다고 평가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정도다.
일각에서는 그를 「증시의 살아있는 신화」「대세를 읽는 혜안을 가진 컴도저(컴퓨터+불도저)」로 일컫기도 했다. 현대증권 임직원들은 이회장을 「바이코리아 전도사」라고 부르고 있다.
일주일에 두차례씩 전국 각 지점에서 이뤄지는 이회장의 투자설명회는 「아줌마부대」로 장사진을 이루고 최근 상승주가에는 「이익치 주가」라는 말까지 붙을 정도가 됐다. 이회장이 사령탑을 맡으면서 업계 순위 5∼6위를 맴돌던 현대증권은 일약 선두로 올라섰다.
1일 오후 이회장의 구속 가능성이 증시에 퍼지면서 주가가 급락한 것도 이회장의 증시에 대한 영향력을 반증하는 것이다.
44년 서울에서 태어난 이회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상대를 나온 뒤 69년 현대건설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현대건설, 현대엔진, 현대중공업, 현대해상화재 등을 두루 거친 이회장은 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의 비서로 오래 일한 「가신(家臣)」출신이다. 그는 금강산개발 등 남북경협의 실무 총책을 맡는등 정회장의 든든한 오른팔이었다.
대세흐름을 꿰뚫는 안목, 밀어붙이기식 저돌성과 추진력 등은 정명예회장 비서로 일하면서 체득한 것으로 주변에서는 보고 있다.
이회장은 검찰의 소환이 임박해오자 잠적한 상태다. 지난달부터 검찰이 이회장 구속에 강경한 입장이라는 말이 검찰 주변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퍼져나가기 시작하자 일단 예봉을 피하기 위해 몸을 피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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