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일본의 나가노(長野)는 인구 36만의 작은 도시다. 여기서 8월 26~29일 나가노음악제가 열렸다. 일본의 유명 작곡가 마쓰시타 이사오가 음악감독을 맡아 첫해인 올해의 주제로 한국을 선정, 한국 음악가들을 초청했다.작곡가 이성재, 이찬해, 나인용, 현악사중주단 앙상블 네상스, 판소리의 채수정, 국악단체 정악원의 사물놀이팀이 렉처콘서트, 워크숍, 연주 등으로 한국 전통음악과 작곡계 현황을 소개했다. 일본 쪽에서는 실내악단체 코지앙상블, 카메라타 나가노, 전통타악기 연주자 오쿠라 쇼노스케, 유명 바이올리니스트 사와 가주키, 하토리 조지, 재즈 피아니스트 야마시타 요스케 등이 참가했다.
매일 저녁 음악회는 클래식, 재즈, 양국 전통음악 등 다양한 내용으로 열렸으며 특히 창작곡에 비중을 뒀다. 멜 파크 홀, 악티 홀 등 공연장의 음악회 외에 시 중앙광장의 야외공연, 한국전통 소개 이벤트도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1,000년 이상 된 절 젠코지(善光寺)에서 마지막날 열린 음악회였다. 이날 연주는 일본 전통음악과 사물놀이에 이어 윤이상의 「무궁동」, 베토벤의 「합창」교향곡을 했다. 소프라노 한명성, 테너 이현이 협연했다. 오케스트라, 합창단, 관객 등 500여명이 본당을 꽉 채웠다. 놀랍게도 합창단원은 프로가 아닌 나가노 주민들이었으며 오케스트라도 의사, 출판사 부장, 술집 주인, 트럭운전사 등 아마추어가 많이 참가했다. 직업연주자도 힘들어하는 윤이상의 「무궁동」과 베토벤의 「합창」을 아마추어가 연주한 것이다. 주부, 할머니, 할아버지가 포함된 합창단은 이 연주를 위해 반년 동안 연습했다고 한다. 주민들은 연주 뿐 아니라 음악제 전반의 진행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둘째날 한국음악가들은 후루사토 초등학교를 방문, 판소리와 사물놀이, 우리 동요를 소개했다. 강당에 모인 300여명의 학생들은 「아리랑」 합창으로 환영, 방문객들을 감동시켰다.
나가노음악제에는 음악을 음악인 뿐 아니라 모든 사람의 것으로 즐기는 여유, 전통과 현대를 한 무대에 올리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 이웃나라를 알려고 하는 진지한 자세가 있었다. 새삼 일본의 힘이 느껴졌다.
나가노=오미환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