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한국21」(BK21) 사업 최종 선정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30일 저녁. 서울 세종로청사 17층 교육부 기자실은 한바탕 해프닝에 휩싸였다. 발표내용이 방대한 점을 고려, 「관례대로」 자료를 미리 내달라는 기자들의 요구에 교육부가 『절대 안된다』고 버티는 바람에 양쪽이 언성을 높이며 부딪힌 것이다.교육부 관계자들은 내내 『정확하고 충실한 보도를 위해 관례대로 하면 좋겠지만 31일 오전 국회 교육위원회 보고가 끝날 때까지는 절대 자료를 줄 수없다』고 고집하며 『장관님이 철저한 보안을 당부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같은 시각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공학교육인증원(ABEEK) 창립식에 참석한 김덕중(金德中)장관은 교수들의 질문에 『서울대는 다 됐다. 한국과학기술원과 포항공대도 많이 됐다』고 답해 스스로 「기밀(?)」을 누설했다.
기자들에게나 관심이 있을 이런 정황을 미주알 고주알 묘사하는 이유는 김장관의 철통보안 소신이 평소 교육정책에 대한 소신과 너무도 극명히 대비됐기 때문이다. 이달초 국회에서 교육부가 낸 교육관련 개혁 3대법안이 개악으로 변질돼가고 여론의 비난이 무성했을 때도 김장관은 『국회 결정대로 따르겠다』며 소극대응으로 일관했다. 이런저런 문제로 교육부 일각에서는 『교육부의 개혁의지가 퇴색해가는 것 아니냐』는 자체반성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김장관은 이날 강연에서 『BK21사업과 초·중등교육 개혁이 재임중에 정착되면 대한민국 교육은 선진국이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그렇게 간단한 일이면 지금까지 뭘했냐』며 『장관의 현실인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같다』고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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