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과 석유의 나라 베네수엘라에 경제개혁의 태풍이 밀려오고 있다.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제헌의회라는 초헌법 기구를 내세워 사법 및 입법부 개혁조치를 단행하고 있는 가운데 30일 베네수엘라 최대의 국영 석유기업인 PDVSA의 로베르토 만디니 회장이 돌연 사임했다. 차베스는 조만간 후임을 결정할 것이라고 즉각 발표했다. 이와관련, 차베스가 이번에는 경제개혁의 칼을 빼든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중동을 제외하면 세계 최대의 석유매장국. 차베스가 올 1월 취임하기 전까지 PDVSA는 해외판매망을 확충하고 유전개발 투자를 확대하는 등팽창정책을 펼쳐 왔다. 그 중심에는 만디니 회장이 서 있었다. 그러나 차베스 집권이후 행정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보조를 맞춰 감산정책을 주장했고 만디니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로 변했다. 만디니의 사임은 결국 베네수엘라 경제의 근간이 되고 있는 석유정책을 둘러싼 암투에서 차베스가 최종 승리했음을 암시하고 있다. 또 만디니 지도아래 자율경영을 표방하던 국유기업의 통제권마저 장악하려는 차베스의 의도도 엿보인다.
이와함께 제헌의회가 이날 의회의 모든 권한을 박탈, 완전 무력화시켰다. 반대파들은 사실상 쿠데타적 조치라고 반발하며 베네수엘라가 이제 독재의 길로 들어섰다고 비난했다.
실제로 차베스의 개혁조치는 심각한 우려를 낳고있다. 부정 부패를 일소하겠다는 페레스의 의지에는 기업인들도 찬성하지만 자칫 대외신뢰도를 떨어뜨릴 경우 베네수엘라는 침체의 나락으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영국 경제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31일 차베스의 정책이 92년 의회를 해산시킨 페루의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과 흡사하지만 후지모리에겐 경제개혁 프로그램이 있었다고 큰 차이점을 지적했다. 베네수엘라는 지난 몇해동안 석유가격의 하락으로 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이를 반영하듯 베네수엘라 주가지수(VNSMICB)도 5월중순을 고비로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차베스의 의지는 확고하다. 제헌의회를 통해 부정 부패가 만연한 기존의 헌법 기구를 일소하고 새로운 국가를 건설한다는 것. 이에 대해 미국이나 주변국들은 차베스의 일인독재를 심각히 우려하고 있다.
김정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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