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미술의 자취를 뒤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가늠해보는 대규모 여성미술제 「팥쥐들의 행진」이 4~27일 예술의전당 미술관에서 열린다.김홍희 전시기획 위원장은 『콩쥐, 팥쥐처럼 여성을 선악으로 이분화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가부장적 질서 속에서 팥쥐로 비추어지는 여성작가들의 현실을 풍자적으로 은유하기 위해 붙인 제목』이라면서 『재래적 남성 시각에서 보면 주체의식을 갖고 창조활동에 전념하는 여성 미술가들은 모두 팥쥐일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미술이 남성 중심의 화단 풍토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여성은 학연 지연 등 우선 순위에서 늘 밀려나 있으며, 미대 입학조차 남학생만을 위한 입학정원이 따로 있을 정도로 불평등한 경쟁 속에 제대로 활동하지 못했다. 실제로 각종 미술대전에서의 여성작가 수상 비율은 남성작가에 비해 훨씬 뒤떨어진다.
윤석남 여성미술제 공동운영위원장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여성미술은 물론 페미니즘 미술에 대한 재인식의 기회를 마련했으면 한다』면서 『비여성적인 것, 비페미니즘적인 것까지도 포용하는 확장된 개념의 「페미니즘스」(Feminisms)가 새 시대 여성미술의 새 지표로 제시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역사 속에 망각된 여성 미술가들을 발굴하고 한국여성미술사를 재구성하기 위해 「역사 속의 팥쥐들」의 재조명이 이루어진다. 여성으로서 예술을 한다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던 조선시대에 예술세계를 가꾸어 온 설씨부인, 신사임당, 이매창, 정명공주, 장씨부인, 허난설헌 같은 선각자들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지며, 나혜석과 백남순(20년대), 정용희(30년대), 박래현과 천경자(40년대)씨의 활동을 중심으로 근대(1920~50) 여성미술의 발전과정을 더듬어본다. 또 여성작가에 대한 편견이 극심한 화단에서 여성적 미술(Feminine Art)의 전형을 마련했던 60~80년대 이수재, 최욱경, 방혜자, 이성자, 홍정희, 석난희, 조문자, 황주리, 윤영자, 심죽자씨의 작품세계와 80년대 본격 페미니즘 미술운동을 주도했던 10월모임, 터 그룹, 여성미술연구회의 작업들도 선보인다.
「21세기의 팥쥐」들의 나아갈 방향도 가늠해본다. 20대말에서 60대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층의 90년대 여성작가 67명의 이질적 작업을 한 공간에 펼쳐보이면서 「감수성」 「생태」 「섹스와 젠더(性別)」 등 페미니즘 미술의 핵심 이슈들을 부각해 여성미술의 새 비전을 제시해 볼 계획이다. (02)580_1300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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