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시아발(發) 경제위기의 파고를 가까스로 넘어서면서 안정국면에 접어든 것처럼 보였던 중남미 국가들이 또 정치·경제적인 혼돈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95년 출범한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가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등 역내 강대국들의 경제사정 악화로 계속 불안한 모습인데다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 등은 정치적 혼란까지 겹쳐 국가기능이 마비될 위기에 빠졌다.70년만에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고 있는 콜롬비아는 좌우익간 무장충돌과 노조의 외채상환 반대 총파업 선언등으로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콜롬비아 정부는 최대 좌익반군 조직인 콜롬비아혁명군(FARC)과의 평화협상이 내년 1월까지 타결되지 않을 경우 내전을 선포하고 미국과 브라질 등에 군사개입등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이 29일 보도했다.
콜롬비아 외무부가 이 보도를 즉시 부인, 파문이 더 이상 확산되진 않았으나 이번 주중 노조단체들의 총파업이 예정돼 있어 긴장감이 가시지않고 있다. 특히 지난해 최악의 경제성장률(0.6%)을 기록한 콜롬비아는 7월 말까지 3,675개 업체가 파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콰도르는 채무상환 연기발표로 국가신인도가 땅에 떨어졌다. 자밀 마화드 에콰도르 대통령은 25일 TV 연설을 통해 『채무상환을 연기하는 것 외에 다른 방안이 없다』면서 31일 만기가 되는 9,600만달러의 브래디 채권에 대한 상환을 30일간 연기하고 내달 중에 기존채권을 새로운 무담보채로 바꾸는 방안을 채권자들에게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콰도르는 현재 국내총생산을 초과하는 163억 달러의 외채로 중남미국가 중 가장 큰 외채부담을 안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7월 말 정치안정 회복을 명분으로 출범시킨 제헌의회가 25일 의회 기능 대부분을 정지시키는 바람에 정파간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경제도 정치적 불안정으로 인해 바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야당측은 일련의 사태를 독재음모라고 비난하며 국가예산 승인거부등 정면대결도 불사한다는 방침이어서 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남미의 양대 강국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도 90년대 들어 본격 추진한 자본시장개방등 신자유주의 정책의 부작용으로 곤욕을 치르고있다. 투기성 해외자본의 유입이 종속경제를 오히려 심화시킨 것이다. 올들어 대외채무지불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한 브라질 주정부만도 2곳이나 된다. 4개월 뒤 대선을 치르는 아르헨티나도 카를로스 메넴 대통령의 임기말 누수현상(레임덕)이 가속화하면서 불안의 징후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장현규기자
hkj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