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포동1호 미사일을 발사한 지 1년을 맞는다. 지난해 8월31일 낮 12시7분 함북 무수단기지에서 발사된 대포동 1호는 대기권밖을 날아 1,550여㎞ 떨어진 일본 동쪽 태평양상까지 탄두가 도달함으로써 세계를 놀라게 했었다.93년 5월29일 노동1호 미사일 발사시험후 5년여만에 벌어진 이 시험은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대내외에 과시함으로써 북한 미사일문제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핵심현안으로 떠올랐다.
당시 북·미간 4차 미사일협상을 눈앞에 두고 핵의혹에 대한 국제사회의 논란이 지속되던 시점에 북한이 호전적인 시험을 강행한 의도는 명백했다. 핵개발에 이어 미사일개발을 외교적 지렛대로 삼아 대외협상력을 한껏 높이자는 것이었다. 또 김정일의 국가주석 취임을 앞둔 시점에서 내부결속을 다지기 위한 목적도 포함된 것으로 분석됐다. 한·미·일 3국은 즉각 대응에 나섰으나 일본의 식량지원 중단 및 전세기 운항중단 조치 등 몇가지를 제외하고는 미사일 발사를 제재할 현실적 수단은 많지 않았다.
금창리 핵의혹시설 사찰문제로 다소 뒷전에 밀려나 있던 미사일문제가 지난 5월 무수단 미사일기지에서 로켓엔진 연소실험이 실시되고 발사대를 높이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사실이 서방 인공위성에 포착되면서 또다시 불거졌다. 이는 미국 알래스카와 괌, 하와이까지를 목표로 하는 사정거리 6,000㎞의 대포동 2호의 시험발사 준비로 파악됐다.
한·미·일은 북한에 핵과 미사일개발 포기하는 대가로 대북제재해제, 수교, 경제적지원 등을 보장하는 이른바 포괄적 접근구상을 통해 미사일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북한은 5월 북한을 방문한 윌리엄 페리 미 대북정책조정관의 포괄적 접근안 제안에 화답하지 않고 발사준비를 계속해오다 이달초 제네바 북·미고위급 회담을 계기로 일단 대화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
북한이 올해안으로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은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북·미 접촉에서 미국측에서 제시된 보따리가 예상보다 컸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임동원(林東源)통일원장관은 29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억제하려는 한·미·일의 외교적 노력이 성공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마사일발사와 개발이라는 카드를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네바 핵합의로 핵개발에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체제보장과 대외경제원조를 얻기위한 유일한 무기가 미사일이기 때문이다.
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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