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 영등포시장이다』신길동 폭주족의 리더 C(18)군의 핸드폰은 어김없이 밤11시면 잇달아 울린다. 이른바 「팅」장소를 확인하려는 후배들의 전화다.
낮에는 말썽꾸러기 고교 자퇴생에, 피자가게 배달부 C군의 지시 한마디에 20여명의 신길동 폭주족들이 집결한다. 소음기에 구멍을 낸 125㏄오토바이20여명 폭주족의 맨앞에 선채 120㎞이상의 속도감에 온몸을 맡긴채 영등포구와 구로구 관악구일대를 떼지어 질주하면 C군은 세상에 부러울게 없다.
서울에만 신길동파와 같은 폭주족 그룹은 강남파, 한양대파, 염창동파, 노원파 등 30여개. 이들은 다른 지역을 침범하지는 않지만 리더끼리의 연락을 통해 수시로 연대 폭주를 하기도 한다. 서울의 그룹이 한데 모이기라도 하면 장관이다. 전설로 통하는 서울 폭주족의 리더 「철민이형」이 각 지역 리더를 통해 소집하는 경우다. 과거엔 대학로 강남이었지만 요즘엔 단속을 피해 여의도가 「대폭주」의 집결지다. 이럴 때면 인천으로 파주로 마구 내달린다.
무서운 것은 역시 경찰의 단속이다. 그래서 리더의 조건은 뒤따르는 후배들을 단속으로부터 지켜내는 지리감이다. 서울시내 뒷골목을 완벽하리만치 파악하고 있어야한다. 리더는 경찰과도 관계를 터야한다. C군은 『철민이 형은 여의도에 단속나오는 경찰과 「언제 갈테니 길을 터달라」는 식의 협상도 해요. 경찰은 자기 관내에서만 나가주기를 바라니까요』라며 부러운듯 말했다.
주유소 기름 절도는 기본이다. C군은 『주유소에 한꺼번에 오토바이 수십대를 대놓고 주유를 기다리다가는 단속이 되기때문에 알아서 넣고 달아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폭주때는 날치기를 하지 않지만 돈이 필요할 때면 날을 잡아 친한 서클 얘들 몇명을 소집한다.
밤 12시 질주를 시작한 이들은 경찰단속이 끝난 새벽 4시30분이면 여의도로 집결한다. 그곳에서 이들만의 한판 쇼를 벌이다보면 어느덧 날이 밝는다. 오전 11시, 출근을 위해 눈을 붙여야 하지만 이들은 다시 밤이 그립다.
이동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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