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육상계가 베일을 벗은 북한 마라톤에 깜짝 놀랐다.북한의 당찬 처녀 정성옥(25)이 29일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린 제7회 세게육상선수권대회 여자마라톤에서 우승(2시간26분59초)을 차지하자 AFP통신이 『무명의 북한 선수가 「논란의 여지가 없는 대회최대 이변」을 만들었다』고 타전했을 정도.
83년 헬싱키에서 남자마라톤의 이형종이 38위를 차지한 것이 세계선수권대회 최고성적이었던 북한 마라톤이 느닷없이 세계정상에 우뚝서자 놀라움을 금치못한 것은 당연한 일. 북한도 우승을 예상하지 못했던 듯 정성옥은 우승직후 인공기가 아닌 하얀 타월을 들고 우승 세레모니를 했다.
훈련방법이나 레이스전략등에 대해 알려진 것이 없는 베일속의 북한 마라톤이 세계정상을 차지한 것은 인간한계를 넘나드는 지옥훈련의 성과로 추정된다. 북한 육상코치 태동학은 『정성옥은 북한의 험준한 산악지역에서 매일 35∼40㎞를 달리는 훈련을 했다』고 엄청난 훈련량을 소개했다.
레이스전략도 베일에 싸이기는 마찬가지. 정성옥과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을 펼쳐 2위를 한 이치하시 아리(일본)는 『전혀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정성옥이므로 어떤 레이스 전략을 택할지 추측조차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을 정도. 35㎞와 40㎞지점에서 스퍼트하는 전략을 세웠던 정성옥은 38㎞지점에서 보스톤 마라톤 3연패의 주인공 파투마 로바(에티오피아)를 따돌린뒤 40㎞지점에서 이치하시를 제치고 선두로 치고나오는 레이스전략을 펼쳤다.
하지만 북한은 정성옥이전에 이미 숱한 철각을 배출하며 마라톤에 집착을 보여왔다. 공훈체육인 칭호를 받은 최창섭은 75년 체코마라톤에서 2시간15분47초로 우승했고 여자마라톤에서는 문경애가 88년 체코마라톤에서 은메달, 이듬해 베이징마라톤에서 우승한 뒤 92바르셀로나올림픽에선 6위를 했다. 정성옥은 95년 공화국선수권에서 2시간27분대로 우승하며 문경애의 대를 잇는 차세대주자로 두각을 나타냈다.
정성옥과 함께 「북한의 남녀10대선수」에 선정된 남자마라톤 김중원 역시 98베이징마라톤대회 우승하는 등 남자마라톤도 두터운 선수층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국대회, 만경대상대회 등 각종 대회에 마라톤을 넣는 한편 경제난속에서도 선수 개개인에 맞는 훈련캠프를 설치할 정도로 투자를 한 북한 마라톤의 성과가 바로 정성옥으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정진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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