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 대학 갈 수 있을까? 보통 사람이 자기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 감동과 재미를 전해주겠다던 SBS 「임백천의 원더풀 투나잇_김종석 대학 간다」 코너. 그러나 지난 주말, 시청자들이 본 것은 SBS 드라마 「퀸」에 수능준비생이 아닌 출연자로 나와 새벽 4시까지 촬영을 한 「연기자」 김종석이었다.애초의 기획 의도는 온데 간데 없다. 대학을 보내자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넉살 좋은 김씨를 통해 시청률을 올리자는 것인지. 새벽 4시까지 진행된 촬영에서 김씨가 드라마에 나오는 분량은 멀리 배경으로 뒷모습을 잡은 18초 가량. 제작진은 이 부분을 자막 처리했고, 스튜디오의 방청객들은 「당연한 듯」 따라 웃었다.
김씨도 마찬가지였다. 로드 매니저에 「불과했던」 김씨가 이른바 「뜨는」 데는 별로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김씨는 「원더풀 투나잇」말고도 KBS2 TV 「자유선언! 오늘은 토요일」의 공동 진행자로 고정 출연하면서 벌써 「예비스타」 대열에 들어섰다. 이쯤되고 보면 대학가기 위해 「원더풀 투나잇」 출연 요청을 수락한 것인지, 자신의 말대로 「여의도를 한번 뒤집기 위해」 방송을 활용한 것인지 잘 분간이 되지 않는다. SBS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시청자들의 무수한 응원의 글들을 제작진이나 김씨는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읽어본 적이 있는지.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김종석 대학 간다」에 이어 스튜디오에 출연한 것은 IQ가 높다는 9살짜리 언어 영재. 최근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를 읽고 있다는 그 어린이는 놀라운 책읽기 실력과 어른스러운 말투로 방청객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함께 출연한 아버지는 아이를 영재로 키우기 위해 「세살 때까지 아내는 화장도 하지 않고, 주눅들까 봐 남의 집에 데려가지도 않았으며, 울리지도 않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모의고사 성적이 140점대를 밑도는 공고 출신 대학 지망생의 공부와의 싸움을 자못 숙연하게 바라보던 시청자들은 난데 없는 영재 타령 앞에서 혼란스럽기만 했다. 도대체 「원더풀 투나잇」이 이 둘을 나란히 배치한 이유는. 김종석의 측은지심과 영재에 대한 부모들의 기대를 한꺼번에 노린, 시청률만 좋다면 무엇이든 상관없다는 태도. 상업방송의 이런 오락이 좋은(원더풀) 일요일 밤(투나잇)을 점점 기분 나쁜 밤으로 만들고 있다.
황동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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