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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티모르] 투표열기...'피의 충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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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티모르] 투표열기...'피의 충돌'은 없었다

입력
1999.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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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실시된 동티모르의 주민 자치 투표는 산발적인 사고와 반독립 민병대들의 투표 불참 위협이 뒤따르긴 했으나 당초의 「피의 충돌」우려를 불식시키며 대체로 순조롭게 진행됐다.이날 주도 딜리시는 자치파와 독립파간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던 전날과는 완전히 딴판으로 변한 채 유권자들은 자치냐 반대냐(독립)를 놓고 열띤 분위기 속에서 투표권을 행사했다. 동티모르 전역의 850개 투표소는 예정대로 오전 6시30분(한국시간 7시30분) 일제히 문을 열었으며 오전 9시에는 유권자의 50%가 투표소에 나와 장사진을 이뤘다.

최대위험 지역으로 꼽혔던 산동네 비다우 산타나의 투표소에는 오전 5시부터 이미 40~50명이 몰렸다. 딜리의 쿨루훈 지역 투표소에 나온 66세의 한 할머니는 『투표소에 나오는 게 겁나지 않았다』고 자치파 민병대의 공격으로 다친 팔을 내보이기도 했다.

가택연금중인 독립 지도자 사사나 구스마오도 지지자들의 열광적인 환호속에 한 표를 행사했다. 그는 『이제 결과를 기다린다』며 『동티모르인들은 국제사회 앞에서 우리의 운명과 미래, 자유, 독립을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글레노 지역의 투표소 인근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 유엔 감시단 요원 2명이 부상하고 자치파 민병대들이 두개 마을에서 난동을 부려 투표소 한 곳이 폐쇄되는 등 다소간의 불상사도 발생했다. 이날 투표는 투표 비밀을 보장하고 자치파 민병대의 보복을 막기 위해 자외선 램프로만 인식할 수 있는 특수 잉크가 사용됐다. 유엔 감시단의 이언 마틴은 『서부 지역 말리아나에서는 민병대의 위협 때문에 집을 떠나지 못한 유권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자치파 민병대 지도자 유리코 구테레스는 『선거 결과에 승복하겠다』며 『결과가 승리든, 패배든 그것은 주민들의 몫』이라고 말했으나 관측통들은 개표 결과 표차가 미세할 경우 유혈 충돌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투표결과가 독립으로 결정될 경우 통수권자는 9월 가택연금에서 해제될 구스마오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그러나 현재 뚜렷한 수권세력이 형성돼 있지 않아 동티모르의 장래는 백지상태. 동티모르의 정부와 의회가 구성될 때까지 인도네시아와 유엔이 권력이양 과정에서 일정부분 책임을 떠맡을 전망이다.

반대로 동티모르인들이 자치를 선택하면 5월 유엔에서 인도네시아와 포르투갈간에 합의된 「동티모르 특별자치에 관한 기본협정」에 따라 자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 자치안에 따르면 동티모르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외교, 국방, 통화, 재정권을 인정하고 나머지 행정권을 행사한다.

/딜리 외신=종합

김병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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