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마피아의 돈세탁 파문이 미국 정계로까지 번지고 있다. 표적은 미러 관계개선위원회 공동의장인 앨 고어 부통령.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27일자에서 이번 스캔들로 클린턴 행정부가 부패국가 러시아에 너무 많은 지원을 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미러 관계개선의 업적을 강조해온 고어의 대선 캠페인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전했다.당장 공화당의 스티브 포브스가 러시아 돈세탁 스캔들에 고어도 책임이 있다고 포문을 열고 나왔다. 대선 레이스에서 선두를 달리는 조지 부시 텍사스 주지사 진영도 『클린턴 행정부가 러시아 부패문제를 더 민감하게 대처했어야 했다』 며 한번도 실천되지 않은 러시아 개혁약속을 수용한 고어를 몰아부쳤다. 공화당으로서는 이번 스캔들이 고어 흠집내기에 적절한 메뉴인 셈이다.
이와관련, 러시아 일간 시보드냐도 거들고 나왔다. 이 신문은 이번 사안으로 러시아의 차기 대통령, 차관 관리를 잘못해온 국제통화기금(IMF)의 차기 총재와 함께 그동안 러시아의 개혁을 지지해온 미국의 차기 대통령의 운명이 엇갈리게 됐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고 있는 러시아의 한 유력 기업인이 지난해 8월 러시아 금융시장 붕괴직전 관리들이 거액의 현금을 해외로 빼돌린 사실을 폭로했다고 뉴욕타임스가 28일 보도했다. 러시아 거대 정유회사의 하나인 유코스사의 미하일 코도로코프스키 회장은 루블화의 평가절하가 임박했다는 내부정보를 입수한 관리들이 지난해 정부보유 채권을 매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관리들은 국채 매각 자금을 위장회사를 통해 미국 뉴욕은행으로 빼돌렸으며 세탁된 자금의 대부분을 주물렀다는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내에서는 이번 스캔들이 서방의 모함이라는 주장이 우세하다.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셋째딸 타티아나 디아첸코의 돈세탁 연루설에 대해 세르게이 카라가노프 외교국방위원장은 『돈세탁 스캔들은 크렘린으로부터 일정거리를 두기 위한 서방 지도자들의 의도를 반영한다』고 주장했다. IMF 차관도 이용됐다는 보도에 대해 세르게이 두비닌 전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IMF차관은 곧 외환보유고 확대를 위한 중앙은행에 입금됐다』 며 한마디로 일축했다. 특히 재벌 보리스 베레조프스키가 최근 인수한 경제지 코메르산트는 스캔들 보도를 아예 무시하고 있다.
김정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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