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주 취중발언」으로 현직에서 물러나고 구속까지 됐던 진형구(秦炯九)전대검공안부장이 27일 「국회 조폐공사파업유도 국정조사특위」청문회 증인석에 섰다. 여야 의원들은 진씨가 실제로 파업을 유도했는지, 그것이 「1인극」이었는 지를 집중 추궁했으나 진씨는 대부분 부인했다. 다만 일부 여당의원들은 진씨의 「범죄혐의」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진씨의 1인극 여부 논란 진씨는 「파업유도」자체를 부인하면서 관련사항을 김태정(金泰政)전검찰총장 등 「윗선」에 보고한 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진씨는 『9월18일 공안대책협의회 회의결과, 10월13일 조폐공사 구조조정 종합대책 등의 문건을 김전총장에게 보고했다』고 말해 한때 의원들을 긴장시켰다. 진씨는 그러나 『이들 문건은 일반적인 업무상황과 대책을 보고한 것일뿐 파업유도에 관한 것은 아니다』면서 『노사관계에 대한 일일보고를 하지만 「파업유도」자체가 없었는데 어떻게 보고를 하느냐』고 빠져나갔다.
진씨는 문제의 조폐공사 관련 「10월13일 대책문건」에 대해서도 『실무진에 만들라고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얼버무렸으나, 뒤이어 증언한 안영욱(安永昱)전대검공안기획관은 『해당 문건은 진전부장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분명하게 증언했다.
특히 「1인극」여부와 관련해선 여야측의 질의가 뚜렷이 갈렸다. 야당의원들은 『그런 중대사안을 총장에게 보고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며 물고 늘어진데 반해 여당의원들은 관련보고가 없었음을 유도하는 질문을 했다.
◇파업유도냐 구조조정 촉구냐 진씨는 『강희복(姜熙復)전사장에게 파업유도는 커녕, 구조조정도 강요한 적도 없다』고 말해 전날 강씨의 증언내용을 대부분 뒤엎었다. 진씨는 다만 『강씨가 구조조정시의 파업을 우려하길래 사장으로서 국가시책에 따라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조언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진씨는 또 「파업유도」의 결정적인 대목인 「노조가 수용불가한 조건의 제시」를 강씨에게 종용했다는 부분도 일축했다. 『강씨가 내 얘기를 압력으로 받아들일 입장도 아니고 공모한 적도 없다』『취중「파업유도」발언은 조폐공사 문제의 성공적 해결을 자랑한 것일 뿐이다』는 등의 증언으로 여야 의원들의 집중적인 추궁을 무색케 만들었다.
◇공안대책협의회의 실체 한나라당 김문수(金文洙)·김영선(金映宣)의원 등은 공안합동수사본부 대책회의를 「조폐공사 파업유도」에 정부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실체로 지목, 파상적인 공세를 펼쳤다. 진씨는 이에 대해 『올 3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공안대책협의회는 과거 관계기관대책회의와는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진씨는 『협의회는 불법파업에 대한 엄정대처 방법을 논의하는 곳이지, 파업유도 논의는 있을 수 없다』고 부인했다. 안 전공안기획관도 『내가 공안대책 실무협의회를 주재했지만 파업유도 논의는 결코 없었다』며 『이 회의는 의견조율기구일뿐』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김문수의원 등은 공안대책협의회 자료를 제시, 『문건에 조폐공사를 공기업 구조조정의 선례로 삼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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