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형구(秦炯九)전 대검공안부장이 증인으로 나온 27일 파업유도 청문회는 이번 국정조사의 하이라이트였지만 진씨가 시종 혐의를 부인하는 바람에 지리한 공방이 이어졌다. 한나라당은 『청와대와 재경라인이 개입된 조직적인 파업유도 공작을 진씨가 억울하게 뒤집어썼다』며 진씨의 「양심선언」을 유도하려 애썼고, 여당은 「진부장의 공명심에서 빚어진 단독범행」이라는 확약을 받기 위해 물고 늘어졌다. 그러나 정작 진씨는 『파업유도 공작은 애초에 없었다』고 원천 부인, 논의는 줄곧 원점만 맴돌았다.○…진씨는 청문회 시작 40여분전인 오전 9시20분쯤 증인대기실에 도착, 변호인과 함께 꼼꼼히 답변사항을 체크했다. 진씨는 질문내용을 메모하고 중요질문에는 준비해 온 노트를 보며 짧고 또렷이 대답했다. 진씨는 지난달 말 구속된 뒤 변호인 2명을 매일 접견, 신문보도 내용을 점검하고 자료정리를 주문하는 등 청문회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는 후문이다.
○…이날 안영욱(安永昱)전 대검공안기획관(현 울산지검 차장검사)이 증인으로 출석, 청문회 사상 현직검사 증언 1호를 기록했다. 31일에는 김태정(金泰政)전검찰총장과 안차장, 이훈규(李勳圭·서울지검 특수1부장) 이준보(李俊甫·대검 중수2과장)등 현직 검찰간부들이 증인과 참고인으로 대거 출석, 본격적인 정(政)-검(劍)대결이 벌어질 전망이다.
○…한나라당 김문수(金文洙)의원은 「공안대책기구 변천사」와 「파업유도공작 지휘체계」등을 확대한 3개 그래픽자료를 내보이며 질의를 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김의원은 질의만 하고 정작 진씨의 답변은 중간에서 계속 잘라 김태식(金泰植)위원장으로부터 『답변기회도 좀 주라』는 핀잔을 들었다.
○…여당의원들은 이날도 주로 해명성 답변을 유도하는 질문을 했다. 『나도 공직생활을 30년 넘게 했는데 공직자 비밀유출금지 조항을 위반한 정도 아니냐』(자민련 조영재·趙永載의원),『진상을 확실하게 답변하면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을 것』(자민련 이건개·李健介의원),『검찰이 조직적으로 사회불안을 유도할 수 있느냐』(국민회의 朴光泰·의원) 등등이 대표적인 「엄호성」 질문이었다.
○…한나라당 서훈(徐勳)의원은 질의도중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을 해 한때 회의장에 소란이 일었다. 서의원은 『청문회 39명중 15명이상이 특정지역 출신이고 검찰조직도 이지역 사람들이 전권을 장악하고 있는데 유일하게 비호남 출신인 증인만이 「왕따」를 당해 구속당한 것 아니냐』고 하자 여당의원들은 『왜 지역감정 발언을 하느냐』고 거세게 항의했다.
이태희기자
taehee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