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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미사일 이후

입력
1999.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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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문제가 해결 기미를 보이는 모양이다.이해 당사국인 한·미·일 3국과 북한이 주고받던 경고성 메시지도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대신 다음달 7일로 예정된 북·미 고위급 회담에 거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미사일문제가 대화로 해결되면 한반도의 안보위협은 완전히 사라지게 되는 걸까.

■곰곰이 따져보자. 한국과 일본의 입장에서는 긴장국면을 잠시 피해 가는 것 말고는 별로 달라지는 것이 없다. 미국 본토까지 날아간다는 대포동 2호 미사일 개발이 동결되면 미국은 일단 북한 미사일의 사정권에서 벗어나 들썩거리던 국내여론을 잠재울 수 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이번 장거리미사일이 아니더라도 이미 북한의 노동미사일과 대포동 1호 미사일의 사정권안에 들어 있었으므로 위기에서 벗어 났다고 볼 수 없다. 북한의 스커드 C형 미사일은 일본을 향해 이미 50기나 배치돼 있다. 엄밀히 말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동결과 한일 양국의 미사일위기는 별개의 문제인 것이다.

■북한은 앞으로 어떻게 나올까. 미사일 대가로 적지않은 인센티브를 요구할 게 뻔하다. 콧대가 이만저만 세질 것 같지가 않다. 북한은 미사일계획을 포기하지 않고 「유보」하는 선에서 돈과 빵과 서방세계와의 관계정상화를 챙기려 들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계획 변경은 주변국의 강력한 경고 때문이 아니라 반대급부에 더 매력을 느낀 결과로 봐야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미사일 이후」를 안심할 형편이 못된다. 강력한 대미협상카드를 쥔 북한은 미국만 쳐다볼 뿐 한국을 협상테이블에 선선히 끼워주지 않을 것이다. 그 결과 북·미협상은 고착화하고 이때문에 남북대화는 난관에 봉착할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바야흐로 「미사일 이후」라는 새로운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 정진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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