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열린 국회 조폐공사 파업유도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는 좀처럼 이뤄지기 힘든 만남이 이뤄졌다. 일선 검사들은 이날 자민련 이건개(李健介)의원이 진형구(秦炯九)전 대검공안부장을 신문하는 장면이 TV에 나오자 탄식을 하고 말았다. 검찰 선후배간의 기구한 만남도 그렇지만, 두 사람의 「닮은 꼴」 이력이 오버랩됐기 때문이다.이의원은 사시1회(63년 합격)로 사시11회(70년 합격)인 진씨보다 시험횟수로 10회 선배이다. 이의원은 89년부터 92년 7월 서울지검장이 될 때까지 2년5개월여동안 대검공안부장을 지내 진씨에게는 공안업무의 선배이다. 진씨는 국민의 정부 출범후 「신(新)공안」개념을 입안해 추진해왔고, 이의원은 5·6공 당시 이른바 「구(舊)공안」의 대표였던 점도 묘하게 대비되는 대목이다.
두 사람은 대전고검장직과도 인연이 있다. 이의원은 대전고검장으로 재직중이던 93년5월 슬롯머신사건에 연루돼 구속 수감된 적이 있다. 반면 진씨는 대전고검장에 승진 임명돼 부임하기 전날 「폭탄주 발언」을 했다.
이같은 기구한 인연 때문인지 이날 이의원의 신문은 다른 의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호의적이었다. 이의원은 진씨가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자신의 심경을 충분히 얘기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줬다. 또 답변을 도중에 끊지 않고 진씨가 자신의 주장을 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진씨도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는 등 선배인 이의원의 호의에 답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의원은 『진씨가 공안업무 경험이 없어 실수를 한 것 같은데 불구속해도 될 사안을 구속까지 시킨 것은 심했던 것같다』며 후배에 대한 안타까운 심경의 일단을 내비쳤다.
황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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