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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동검도] "칼 아닌 마음으로 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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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동검도] "칼 아닌 마음으로 베라"

입력
1999.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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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잊고 마음으로 베라, 마음으로 베지 못하고 벤 것은 칼이란 물건이 벤 것이지 네가 벤 것이 아니다. 마음이 곧 칼이요 칼이 곧 마음일 때 심검(心劍)에 이르리라」무예 평론가 육태안씨가 검잡는 자세를 시로 표현한 「검결(劍訣)」을 읽으면 왜 「구닥다리 무기」인 칼이 현대에 들어와 부활하고 있는지를 짐작케 한다. 검도인에게 칼이란 단순한 칼이 아니다. 죽이지 않으면 죽는 게 「칼 싸움」이었다. 우리 조상들은 칼 앞에서 자신의 존재를 되돌아보고 생사를 넘어서는 무념무상의 세계에 이를 수 있었다. 그래서 검도는 물질문명 속에서 심신이 피로한 현대인의 정신을 맑게하고 신체에 활력을 불어 넣어준다.

해동검도는 이같은 검의 매력에 힘입어 눈부시게 성장해왔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도장 600여개와 대학·직장 동아리 1,500여곳, 30여만명의 해동검도 인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동검도는 근래들어 가장 급속하게 세력을 넓혀온 「검 무예」로 꼽힌다.

해동검도가 대중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후반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부터. 당시 주류를 이루던 검도가 일본 사무라이를 연상시키는 일본풍이었던데 반해 해동검도는 고구려 검법을 이어받은 우리식 검도라는 점이 호감을 샀던 것. 육태안씨는 『검도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었지만 일본 문화에 대한 거부감으로 망설여왔던 사람들의 호응이 높았다』고 말했다. 품계별 수련 과정을 세분화하여 성취감을 불어 넣음으로써 수련자에게 흥미를 불러 일으킨 것도 인기 요인이다. 이전까지의 검도는 엘리트 위주여서 일반인들이 수련하기에는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다.

해동검도는 일본의 죽도 대신에 목검과 한국식 복장을 채택하고 있다. 검술을 살펴보면 한번에 내리치는 일본식 직선 타법보다는 손목의 힘을 이용해 정교하게 내지르는 타법을 즐겨 쓴다. 주요 검술인 장백, 심상, 본국 검법은 삼국시대로 기원이 거슬러 올라간다.

해동검도는 심신 단련을 원하는 현대인을 위해 수련 과정에 정신을 집중케하는 단전 호흡, 검을 사용하지 않고 맨손·맨발로 하는 권법 등을 포함시키고 있다. 입문에서 초단에 이르는 기간은 해동검도 단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1년 안팎이 걸린다.

해동검도는 구심체가 나뉘어 있다. 대한해동검도협회로 단일화돼있다가 93년 나한일씨와 일부 이사들이 한국해동검도협회로 갈려 나왔다. 97년에는 대한해동검도협회를 모체로 하는 세계해동검도연맹(총재 김정호)이 한국해동검도협회장으로 있는 탤런트 나한일씨를 상대로 「해동 검도」명칭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가 기각당했다. 두 단체간의 갈등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 뜻있는 무예인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한국(02_508_1491), 세계(0342_714_4471).

/이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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