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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초라한 경교장 '부끄러운 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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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초라한 경교장 '부끄러운 후손'

입력
1999.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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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평동 강북삼성병원 본관 입구에 서있는 낡은 2층 석조건물. 그 뒤에 덧지어진 현대식 병원건물과는 묘한 대조를 이뤄 기괴한 느낌마저 주는 이 건물은 백범(白凡) 김구(金九)선생의 국내 유일의 행적지인 경교장(京橋莊)이다. 45년 11월 귀국한 백범은 이 곳을 집무실겸 숙소로 사용하며 안두희(安斗熙)의 흉탄에 쓰러지기까지 해방 후 격변기 한국의 역사를 이끌었다. 임시정부 국무회의를 주재했으며 미군정에 대해 의연한 반탁의지를 밝힌 곳이 바로 이 경교장이다.하지만 지금 그 역사를 느낄 수 있는 흔적은 전무하다시피 한 실정이다. 입구 오른쪽 「백범이 거주하다 서거한 곳」이라는 표석외엔 변변한 표지판조차 없고, 백범이 서거한 2층 집무실은 당직의사의 휴게실로 이용되고 있다. 벽에 걸린 몇 장의 흑백사진으로 이곳이 백범의 집무실이었다는 사실을 어림짐작해볼 뿐이다.(본지 98년 8월29일 13면)

지금까지 경교장이 그나마 외형이라도 유지하고 있는 것도 행운이다. 당초 병원측은 건물신축과정에서 이 건물을 철거하려 했으나 반대가 거세자 보존키로 했다. 하지만 부지 한 가운데 위치한 관계로 건물 뒷벽면이 헐려 신축건물과 연결된 뒤 병원의 현관으로 전락했다. 병원측은 97년 새로운 병동을 증축한 뒤 경교장을 복원하려 했으나 IMF로 인해 계획이 무기한 연기됐다. 문화재관리국도 『집기도 남아있지 않고 내부구조의 변경도 심해 도저히 문화재로 지정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하고 있다.

오는 29일은 경술(庚戌)국치일이자 백범의 생신일이다. 올해는 또 백범 서거 50주년이기도 하다. 통일조국의 일념으로 한 평생을 살다간 백범의 흔적을 그저 기억 속에만 머물게 할 것인가.

이주훈기자

ju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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