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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코어 섹스 필름] 에로티시즘은 이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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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코어 섹스 필름] 에로티시즘은 이제 없다

입력
1999.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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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티시즘은 없다. 영화에서 섹스는 더 이상 아름다움이 아니다. 관능도 아니다. 금기(禁忌)를 깨는 폭력이자, 저항이고, 풍자이다. 동성애, 근친상간, 그룹섹스, 가학과 피학행위, 엽기적 섹스가 자아 정체성 탐구, 인간본성으로의 회귀란 이름아래 노골적으로 묘사된다.『세기말이기 때문에. 이데올로기 담론이 무너지고 개인과 자아문제를 들여다보니 그곳에 가장 억압과 자유의 상징인 성이 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반대로 『세기말은 태초부터 있었고, 그것은 변명일 뿐이다. 단지 철처한 자본주의 상품논리에 따른 센세이셔널리즘』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유야 어떻든 지금 한국영화시장은 하드코어 섹스영화판이다.

우리영화로는 「노랑머리」에 이어 등급보류로 논란에 휘말린 장선우 감독의「거짓말」이 나왔고, 비슷한 외화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복남매간의 섹스, 그것도 배우가 실연(實演)을 했다는 프랑스 레오 카락스 감독의 「폴라X」쯤은 점잖은 편이다. 28일이면 동성연애자(토드 헤인즈 감독)가 록스타의 현란한 무대와 노래를 앞세워 만든 거침없는 동성애 영화 「벨벳 골드마인」이 등장한다. 동성애는 스웨덴영화 「소우 미 러브」(11월 개봉)에 가면 청소년들의 얘기가 된다.

9월 4일 개봉할 폴란드 안드레이 줄랍스키 감독의 「샤만카」는 철저히 감정적이다. 이성이 완전히 배제된 엽기적이고 주술적인 섹스는 삶의 에네르기다. 「도그마 95」의 주창자인 덴마크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백치들」(10월 개봉)은 건강한 젊은이들이면서 빈 저택에서 백치처럼 산다. 그들에게 그룹섹스는 원초적 성욕이다. 프랑스 안느 퐁텐느 감독의 97년 베니스영화제 최우수각본상 수상작인 「드라이 클리닝」(11월 개봉)에서는 부부가 한 남자와 교대로 섹스를 한다. 시간증(시체와 성관계를 하는 행위)에 걸린 여자의 얘기인 캐나다 여류감독 린 스톱케비치의 「키스드」도 개봉을 기다린다.

하나같이 유명감독들의 작품이다. 대담하고 변태적인 섹스, 반문명적 행위를 기존 질서의 파괴나 자아찾기의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창작과 표현의 자유나 신자유주의적 문화이데올로기의 상징으로 포장되기도 한다. 이것이 관객들의 호기심과 혼란을 더욱 가중시킨다.

최근 「프리섹스주의자들에게」(이후 출판)를 펴낸 한국노동이론 정책연구소 김상태 연구위원은 『문화와 가치관의 혁명기를 맞은 우리 관객들의 심리에 영합한 상품일 뿐』이라고 말했다. 강한섭(서울 예술대)교수 역시 『지나친 의미부여는 금물』이라고 경고했다. 감독의 잠재된 욕망의 분출구 같은 「변태적」영화들이 마치 우리의 「영화보기」를 시험하고 있는 듯하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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