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청문회 과정에서 자체파악한 옷 로비 사건의 뿌리는 연정희씨의 횃불선교회 출입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편과 함께 선교회를 다녔던 연씨는 행동거지가 도도한 이형자씨와 그 주변으로부터 적잖은 수모를 당한다.그러나 김태정씨가 검찰총장이 되면서 위치는 역전된다. 특히 외화유출 사건으로 최순영회장이 곤경에 처하게 되자 이씨는 백방으로 구명노력을 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연씨는 전복선물을 보내겠다는 이씨의 제의까지 뿌리치며 냉랭하게 대한다. 이 과정에서 연씨와 형님아우하는 사이인 배정숙씨가 양자사이에 개입하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 이씨는 현 정권 실세들과 통한다는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씨를 통해 또다른 로비루트를 개척한다. 고가의 옷을 구입하는 대신 청와대에 보내달라며 서한을 전달하는 등 남편 살리기에 나선다.
배씨와 정씨의 「다리놓기」는 연씨 등이 구입했다는 옷값 2,200만원을 이씨가 대신 내놓기로 하는 데까지는 별 무리없이 이어진다. 그러나 연씨 등이 지난해 말 라스포사를 다녀간 뒤 배씨와 이씨를 통해 「청구」된 1장(1억원) 가까운 밍크코트 옷값을 이씨가 거절하면서 일은 틀어지기 시작했다. 이씨는 로비를 포기하고, 가깝게 지내는 목사들을 통해 청와대에 그동안의 일을 탄원했으나 사직동 내사팀이 연씨로 하여금 밍크코트를 되돌려주게 한 뒤 유야무야 사건을 묻어버렸다. 결국 최회장은 구속됐고, 이씨는 그동안의 일을 자신에 유리하게 포장한 「해명서」를 언론에 배포, 일이 일파만파로 번진다.
한나라당은 네 여인의 「범의(犯意)」와 행동동기에 대해선 각기 다음과 같이 결론짓고 있다. 우선 이씨는 억울한 희생양이 아닌, 실패한 로비스트이고, 나서기 좋아하는 성격의 배씨는 실세 부인들의 간사역을 자임하며 고물을 챙긴 거간이다. 정씨는 권력주변을 빙자해 옷을 팔아먹은 악덕 장사꾼이고, 마지막으로 연씨는 남편의 위력을 배경삼아 이씨에 간접압박을 가했을 뿐 아니라 문제의 밍크코트를 직접 건네받는 등 충분한 영득의사를 가지고 있었다.
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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