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5 재벌개혁방안」이 나오기까지 정부내에서 상당한 「강온(强穩)」논쟁이 전개됐다. 8·15 경축사부터 8·25 대책까지 열흘을 굳이 나눠 본다면 초반부는 「강성기류」가 주도했지만, 재벌해체논란이 정치적 색깔논쟁으로 비화하면서 후반부에는 「온건론」이 득세했다.「매파」시각을 대표했던 곳은 김태동(金泰東)위원장으로 대표되는 정책기획위원회이지만 청와대안에서는 정책기획수석실이 상대적 강경론쪽에, 경제수석실이 상대적 온건론에 섰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당초 간담회에 재벌총수를 참석시켜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냈던 곳도, 오너의 부실경영 책임추궁강도를 높여야한다는 시각을 가졌던 곳도 정책수석실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경제수석실은 과거 정부_재계 간담회처럼 총수가 함께 참석해 「합의」를 유도하는 모양이 좋고, 재벌을 몰아치더라도 일정 부분은 「협조를 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선 『관료출신들로 짜여진 곳(경제수석실)과 비관료출신으로 구성된 쪽(정책수석실)의 어쩔 수 없는 시각차』로 해석하기도 했다.
이런 견해차는 행정부내도 마찬가지였다. 재경부와 경제수석실은 총액출자한도규제를 2년만에 부활시키는 것에 부정적이었던 반면 공정거래위와 정책수석실은 「순환출자방지는 출자총액제한밖에 없다」며 부활을 강력히 주장했다. 대신 재경부는 「지주회사 활성화(설립요건완화)」쪽에 무게를 뒀지만 『재벌개혁을 촉구하는 대책에 재계요구를 받아들여 지주회사설립을 완화해주는 것이 모양상 안맞는다』는 지적에 따라 일단 입장을 접게 됐다.
전체적 흐름은 초반의 강성론이 누그러졌지만 몇몇 핵심과제에선 뜻이 관철돼 이번 대책은 나름대로 강온의 조화가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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