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혀있는 옷 로비사건의 실체를 밝힐 주요 열쇠를 쥔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는 신문 내내 흥분한 상태였다. 목소리는 상당히 들떠있었고, 이따금 얼굴에 미세한 경련도 일었다. 왼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심호흡도 자주 했다. 카메라 플래시가 집중되자 잠시 멈칫하기도 했으며 『좀 있다 찍어달라』며 짜증을 내기도 했다.증인선서전 신원확인순서때 떨리는 목소리로 『어제 못 나와서 죄송합니다』고 고개를 숙였던 정씨는 그러나 신문이 시작되면서부터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정씨는 옷값 대납요구 여부 호피무늬 반코트 전달 및 반환 시기 이희호(李姬鎬)여사와의 관계 등에 관한 부분에 대해서는 이형자(李馨子)씨와 이씨의 여동생들의 진술과는 상반되게 진술했다.
정씨는 『이형자씨 자매에게 「옷값을 대납하는게 좋겠다」는 협박성 전화를 했느냐』는 질문에는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분통이 터질 정도』 『이자리서 자살하고픈 심정』이라며 책상을 두드렸다. 『제발 이 자리서 사실을 밝혀달라』 『제 얼굴이 거짓말이나 하는 그런 사람으로 보이느냐』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기도 했다.
의원들의 추궁이 끊이질않자 『나는 오로지 언행일치하며 산 것 밖에 없다』고 자신의 결백함을 강조한 뒤 『이 모든 것은 이형자씨 3자매가 남편(崔淳永)을 구하기 위해 꾸민 자작극』이라며 부르르 몸을 떨기도 했다.
신문 도중 장황하게 자신의 진술을 계속하자 의원들이 『길게 설명하지말고 간단하게 답하라』고 요구하자 정씨는 『너무 억울해서 그렇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목요상(睦堯相)위원장 등이 『혈압이 높지 않느냐. 의원들의 질문을 다 들은 뒤 차분하게 답하라』고 재차 충고하자 정씨는 『분통이 터져 견딜 수가 없어서 그렇다』며 결국 소리내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 최성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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