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부터 연 사흘째 옷로비 사건 증인으로 출석한 「최순영가의 여인들」은 적어도 한가지 면에서만큼은 청문회 관계인들의 찬탄을 샀다. 이들은 하나같이 당돌할 정도의 침착함과 당당함으로 무장하고 있었는데, 단지 수많은 도상연습을 한 결과 같지는 않았다.25일 세자매 중 마지막으로 증인석에 앉은 최회장의 부인 이형자(李馨子)씨는 곤란한 질문이 나오면 곤혹스러운 표정에 미소로 버무리며 『그런 얘기 하고 싶지 않다』 『반반이다』 『없다고 말하고 싶다』고 피해가면서도, 정작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굉장히 중요한 말이니 들어달라』 『답변하고 난 다음 질문하라』고 특위위원들의 예봉을 꺾었다.
이씨는 또 철저하게 남편을 희생양으로 부각시키는 한편, 자신이 평생 종교인임을 수시로 강조함으로써 답변의 진실성을 간접증명하려 했다. 이씨는 특히 『이번 사건은 옷로비 사건이 아니라 옷 대납요구 사건으로 불러야 한다』면서 자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로비 의사가 없었음을 강변했다. 이씨는 배정숙(裵貞淑)·연정희(延貞姬)·정일순(鄭日順)씨 등 개인에 대한 평가는 가급적 좋게 하면서도 그들의 진술은 딱부러지게 「거짓」으로 규정하는 등 노회한 치고 빠지기식 화술을 구사하기도 했다.
첫날 증인으로 출석한 이형자씨의 둘째 동생 형기(馨基)씨는 참기름 구르듯 하는 매끄러운 말솜씨로 언니와 형부를 감싸며 좀처럼 역공의 틈을 허용하지 않았고, 이튿날 증인으로 나온 바로 아래 동생 영기(英基)씨 역시 조목조목 의원들의 질문을 걸고 넘어지며 청문회 자체가 같잖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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