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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근대를 보는 눈展] 근대조소 예술 새롭게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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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근대를 보는 눈展] 근대조소 예술 새롭게 조명

입력
1999.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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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회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하고, 미술사가로부터도 외면받고 방치돼온 우리의 근대조소예술이 새롭게 조명된다. 10월 31일까지 덕수궁 분관에서 열리는 「한국근대미술: 조소_근대를 보는 눈」전.97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이 한국근대미술사 정립을 위해 시작한 「한국근대미술전」의 네번째 기획. 조소(彫塑)는 깎아내는 조각뿐 아니라 붙여서 만드는 소조(塑造)기법을 아우른 용어.

이번 전시회는 유존작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우리 근대 조소사를 발굴하고 정리하는 최초의 전시회. 미술사에서 근대는 중요한 미술사적 분기점인데도 불구하고 50년대 이전에 제작된 현존 조소 작품이 겨우 25점에 불과할 정도로 척박하다. 정준모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근대기 제작된 작품 상당수가 훼손되고 없어져 당시를 재현하는 일은 사실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었다』면서 『그동안 학계에선 근대조각의 기점을 김복진(1901~1940)의 동경미술학교 시절인 1886년~1900년으로 삼았으나 이번 전시회에서 폭을 넓혀 1800년 후반에서 1950년, 해방과 정부수립 이후 근대적 양식을 받아들여 현대적 의미를 소화해 낸 작품들까지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근대조소예술이 척박하다 못해 불모에 가까운 이유는 우리 조소사를 풍요롭게 이끌었던 불상 등 불교미술이 조선시대 유교 사회로 접어들면서 쇠퇴했기 때문. 이어 일제강점은 우리 조소예술의 맥을 더욱 허약하게 만들었다.

더구나 당시 작품들이 영구적 재료보다는 일시적 재료로 허술하게 제작된 것도 이유 중 하나. 실물 전시가 불가능한 작품은 선전 도록 등을 이용, 사진자료로 재현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근대조소의 기점으로 삼은 작품은 1905년의 부산 동래 범어사의 「나한상」. 고개를 약간 돌리고 미소짓는 나한상의 모습을 통해 이제까지 결코 동적이지 않고 근엄하기만 했던 우리 전통불교 조각에서 새롭게 근대적인 시각이 반영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또 도판에서도 소개된 적이 없는 김복진의 「미륵불」(1935년 작)을 발굴, 전통과 고졸미(古拙美)에만 치우친 것으로 알려진 근대조소 작품중에 사실적 조각도 다수 있음을 확인했다. 실물은 흙과 니금(얇게 금칠)으로 제작됐으나 이번 전시회엔 청동으로 본뜬 작품을 선보인다.

60년대 구상작품까지 포함시킨 이유는 빈약한 작품 규모를 보완한다는 의미 외에도 근대조각이 어떤 식으로 현대미술로 변모해갔는가 짚어볼 수 있는 기회. 근대조소예술 여명기의 빛을 밝혔던 구본웅 김두일 김복진 김종영 윤효중을 비롯, 권진규 김세중 민복진 윤영자 전뢰진 등 1930년 이전 출생한 작가들의 자연주의적, 사실주의적 50~60년대 구상 작품들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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