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란을 우려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IMF 시스템으로 공급은 넘치고 수요가 줄어 전세금 인하소동이 일어났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수요급증으로 인한 공급부족 현상이라니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3·4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을 뛰어넘어 경기과열과 인플레 염려도 있는 터여서 거품경기의 요인이 될 부동산 과열이 재연되지 않을 지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전세대란 우려의 근거는 경기회복이다. 많은 주택건설업체의 도산으로 주택공급의 절대물량이 줄어든데다, 결혼유보가 해제되고 더부살이를 청산하는 부부가 늘어 수요가 그만큼 늘어났다는 것이다. 주택경기에 영향을 미칠만한 경기회복을 실감하지 못하는 가운데 시장사정이 매물부족으로 돌아서고 있다니 실물경제와 체감은 이렇게 다른 것인가. 어쨌든 움츠렸던 경기가 살아나는 징후의 하나라면 경계만 할 일도 아닌 것같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 보면 서울시내 5개 저밀도 아파트 재건축사업 계획안 발표에 영향받은 측면이 강해 사업추진의 완급조절이 필요하게 됐다. 서울시는 잠실 주공단지 등 지은 지 20년이 넘는 5개지역 아파트 재건축청원 심의 끝에 지난 7월말 재건축사업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잠실 반포 도곡 강동 화곡지역 저층아파트를 헐고 고층으로 다시 짓는 이 사업으로 인한 전세수요는 5만가구가 넘는다. 분당 신도시의 50%에 해당하는 인구가 한꺼번에 임시 주거지를 찾아나서는 혼란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공교롭게도 재건축사업 지역이 서울 동남쪽에 편중돼 잠실지역을 중심으로 분당 용인 김포 등 수도권지역까지 주택부족 현상이 확산되고 있어 서민생활의 타격이 우려된다. 최근 시장조사에 따르면 전세주택 보증금이 매매가의 평균 48.7%를 기록, 90년대 최고치(49.6%)에 육박했다 한다. 특히 20~30평형대 수요가 많이 늘어 지역에 따라서는 2,3개월 사이에 2,000~3,000만원 정도 치솟았다.
그러나 시장의 동향을 잘 들여다보면 심리적인 요인도 있어 냉철한 판단과 대응이 요구된다. 경기부양을 노린 부동산중개업소들이 『오른다』 『매물부족이다』하면서 거래를 부추겨, 더 오를 것으로 판단한 소유자들이 매물을 거두어들이는 것도 전세보증금 인상의 한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양식있는 중개업자들은 9,10월 대단위 아파트 입주예정이 줄지어 전세금 인상은 그리 걱정할 정도가 아니라고 말한다. 또 재건축사업 시기만 조정하면 큰 파동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가을부터 연말까지 사업인가를 내주고 내년 6월부터 착공해 2003년 봄에 입주하게 돼있는 재건축사업 타임테이블에 시차를 둠으로써 전세주택의 급격한 수요를 미리 조정해 안정된 주거생활을 유도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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