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움직이면 뭔가 있다」무디스의 한국신용등급 상향발표로 주가가 단숨에 900을 넘어서자 증시관계자들이 보인 반응이다. 대우그룹 문제가 불거진 이래 현물과 선물 모두 「팔자」를 지속해왔던 외국인들은 지난 주말 양쪽에서 동시에 「사자」우위를 기록하는 「이상현상」을 보였다. 이어 신용등급 상향검토라는 호재가 때맞춰 터진 것이다. 대우그룹 문제 처리방식에 대한 외국인들의 시각이 중요시되는 상황인지라 호재로서의 가치는 어느 때 보다 컸다. 증시에서는 상당수 외국투자자들이 이같은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가정아래 「정보력」이라는 시각과 「짜고치기」라는 비난이 엇갈리고 있다.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10일 87억원을 순매수한 것을 제외하고는 18일까지 계속 순매도를 계속했다. 그러나 19일 한 미국계 증권사가 한국전력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을 시작으로 연 사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외국인들이 이틀이상 순매수를 보인 것은 지난 달 6일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외국인들은 선물시장에서도 지난 주 초 6,506계약을 순매수했으며 20일 다시 673계약을 순매수, 1주일간 순매수규모가 6,140계약에 달했다. 정용만(鄭用晩)하나증권 주식선물팀장은 『비록 큰 규모는 아니지만 외국인들이 매매방향을 바꾼 데는 신용등급관련 호재에 대한 정보가 작용을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증시관계자들은 이번 뿐 만이 아니라 해외쪽에서 중요한 호재가 있을 때 마다 외국인들이 한발 앞서 주식을 사들여 이익을 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국민은행이 골드만삭스로부터 5억달러를 유치했다는 발표가 있기 하루 전날인 4월9일 외국인들은 국민은행주식을 916억원어치나 사들였다. 4월1일∼10일 외국인들이 사들인 국민은행주식은 1,145억5,200만원어치에 달해 이 기간 외국인 순매수 1위를 기록했다. 또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1월 25일 한국에 대한 신용등급을 투자적격으로 상향조정하기 직전에도 외국인들이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여 의혹이 제기된 적도 있다. 나민호(羅民昊)대신증권투자정보부장은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의 정보원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에서 외국인에게 뒤질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외국인들의 매매패턴을 잘 관찰하는 게 현명한 태도』라고 말했다.
김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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