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확정된 「기업 지방이전 촉진방안」은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하는 기업엔 정부가 사실상 지역 하나를 통째로 불하해줄 만큼 파격적 지원을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일본의 도요타시(市)처럼 우리나라도 멀지않아 「현대시」 「삼성구」처럼 기업이름을 딴 신도시가 개발될 전망이다.이번 대책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특별지시로 만들어졌다. 7월 강봉균(康奉均)재경부장관으로부터 중산층대책을 보고받던 김대통령은 기업 지방이전에 대해서만 『보다 파격적 지원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을 만큼 수도권 집중억제와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관심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물론 모든 지방이전 기업에 혜택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수도권중에서도 16개 과밀억제권역(서울 인천 수원 안양 구리 고양 부천 과천 광명 의정부 남양주 하남 성남 의왕 군포 시흥)과 4개 충청권 공장과밀지역(음성 진천 천안 아산)에서 5년간 사업을 해온 기업이 지방으로, 광역시의 경우 산업단지로 이주할 경우에만 지원이 가능하다. 또 대기업 단독이든, 협력업체와 함께든, 중소기업이 컨소시엄을 짜든 종업원 1,000명이상이 지방으로 내려가야 조세·금융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지원책은 지방이전기업에 주어지는 배후도시개발권. 이렇게 되면 기업은 주변지역 토지를 강제매수(토지수용권)할 수 있고, 아파트·병원·학교·상가등을 직접 세울 수도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허용한다면 도시 명칭도 아예 회사이름으로 바꾸는 것도 허용할 예정이다. 여기에 5년간 법인세 완전면제, 재산·종합토지세 감면등 「외국인기업」에 준하는 세제혜택이 주어지고, 이전비용을 보다 쉽게 마련하도록 기존 공장은 성업공사나 토지공사가 매입해줄 계획이다.
문제는 기업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있다. 지원내용만 보면 매우 획기적이지만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설비를 뜯어내고, 현재 지역에 생활기반이 다져진 수많은 직원을 이끌고 「대이동」을 할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한편 재계는 이번 정부의 대책으로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할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재계는 기업체들이 중장기적 판단에 따라 기업을 이전하고 있으나 이번 조치의 시한이 2002년으로 촉박하고, 토지수용권을 준다 하더라도 민원 발생→기업이미지 훼손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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