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2일 「국민의 정부 1년반」의 성과를 내놓았다. 비서실은 객관성을 확보한다는 취지에서 통계로 평가를 대신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업적도 「불굴의 정신」(마이니치), 「아시아 민주주의의 새 대변인」(타임) 등 외신 보도의 인용을 통해 선전했다.경제지표로 보면 「외환보유고 97년말 39억달러, 99년7월 640억달러」라는 통계가 상징하듯, 외환위기를 1년반만에 극복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장기간 마이너스 성장 속에서 헤맬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예상을 뒤엎고 99년 상반기에 7.3%의 성장율을 기록했다. 금리 물가 환율의 안정, 실업률 감소 추세, 종합주가 지수 상승 등도 내세울만한 업적들이다.
개혁측면에서도 금융개혁이나 기업구조조정이 역대 정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도높게 진행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 계열회사간 채무보증 근절, 대기업 재무구조 개선, 소액주주 권한 강화 및 지배주주 책임 확보 등은 경제의 정상화를 지향하고 있다. 이외에도 실업대책, 중산층·서민대책, 규제개혁에서도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평가는 그리 후하지 않다. 여권의 잇단 보궐선거 패배가 이를 실증하고 있다. 청와대는 그 이유를 뿌리깊은 지역주의와 이를 부추기는 정치권, 기득권층의 반발 등에서 찾고 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무조건 반대하는 야당, 본질을 외면하고 지엽적 오류에 매달리는 비판여론이 냉정한 판단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의 인색한 평가에는 현 여권의 정치적, 정서적 실책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국민은 고관집 절도사건, 옷 로비 의혹사건, 경기지사 구속 등에서 신여권의 구태를 보고 실망했다고 볼 수 있다. 내각제 개헌 연기도 권력 측면에서는 성과일 수 있으나 국민 입장에서는 중요한 약속위반이다.
여권 지도부의 정치적 리더십에 대한 회의도 크다. 정국이 꼬일 경우 이를 정면돌파하든지, 아니면 타협으로 풀어가야 하나 이것도, 저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신당 창당, 정치개혁, 재벌개혁 등에서 여권이 리더십을 보이지못할 경우 경제적 성과가 있다 해도 평가는 인색할 가능성이 크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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