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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열전] 이계진 "진행자가 튀면 프로가 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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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열전] 이계진 "진행자가 튀면 프로가 죽어요"

입력
1999.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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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군사독재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던 80년 8월. 한 아나운서가 뉴스를 진행했다. 『미국은 전두환 장군을 적극 「저지」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지지」를 일부러 「저지」라고 읽은 사람. 바로 고집쟁이 이계진(53)이다.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그를 만나기로 했다. 약속시간 보다 10분 먼저 나와 있었다. 방송 때도 늘 이렇다. 한시간을 방송하려면 세시간을 준비한다. 이른바 「이계진의 방송 준비 3배론」이다.

95년부터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그가 요즘 진행하고 있는 KBS 1TV 「TV내무반 신고합니다」의 준비 과정. 녹화 3시간 전에 나와 작가와 PD와 함께 진행에 대해 논의하고 나머지 시간은 나름의 밑그림을 그린다.

올해로 방송 26년째.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프로도 그라면 절대 안전하다」 는 방송가 정설의 주인공. 오랜기간 방송생활중 이계진은 단 한번의 방송사고가 있었다. 『85년 산(山) 시리즈 생방송 도중 비가 너무 많이 와 대본이 찢겨나가요. 대본 조각을 주어 읽는데 카메라가 넘어져 결국 중도 포기한 적 이 있지요』 그의 유일한 방송사고는 실수가 아닌 천재지변에 의한 것이었다.

그는 여유와 차분함으로 무장한 진행자다. 굳이 비유하자면 가벼움과 재치로 승부를 거는 이상벽과 쌍벽이다. 교양 연예오락 토크쇼 등 장르를 넘나들며 셀 수 없는 수많은 프로를 진행해왔지만 공통점은 신뢰감을 주는 분위기다. 인터뷰 도중 주문한 자장면이 나오자 끝까지 먹지 않고 인터뷰를 끝낸 후 불어터진 것을 먹는다. 그와 생방송 진행을 자주 한 KBS 이금희 아나운서는 『맨날 후배만 챙기고 자기는 손해만 보는 가슴이 넓은 방송가의 명장』이라고 대선배를 평했다.

『진행자가 튀면 프로그램이 죽습니다. 프로를 살리기 위해 자신을 죽여야 하고 동료 진행자를 빛나게 해주어야 합니다』 자꾸 튀고 「오버」하려는 신세대 MC와 다르다.

고려대 국문과에 진학한 뒤 교내방송반에서 활동한 그는 73년 KBS 공채 아나운서 1기로 입사했다. 방송사 최초의 본격적인 토크쇼 「11시에 만납시다」 를 맡으면서 이름이 나기 시작했다. 『대본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편하고 자유스럽게 진행을 했어요. 짜여진 질문과 답변은 생명력이 없다고 판단해 대본은 참고만 했어요』 80년대에는 한주일에 4~6개 프로를 진행할 만큼 인기 절정이었고 91년 자신의 이름을 붙인 「이계진의 아침마당」을 맡았다. 그러나 권위적인 정권 때문에 방송에서 하고 싶은 말을 다 못했다. 그래서 책으로 속내를 드러냈다. 스테디셀러가 된 「아나운서 되기」, 80만부가 팔린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딸꾹!」 등 무려 7권의 책을 내 방송의 뒷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진정한 진행자는 세상을 보는 따뜻한 마음, 그리고 조화롭게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갖는 것이지요. 나이에 맞는 성격의 프로를 맡으며 방송 진행자로 늙어가는 것이 유일한 희망입니다』

프리랜서로 변신한 후 아내는 그의 매니저가 됐다. 그는 여러차례 정계입문의 유혹을 받았다. 그러나 『이계진은 영원한 방송인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한다.

주요 진행 프로그램

73년 KBS 아나운서로 입사

79년 라디오 「오후의 교차로」(KBS)

81년 「11시에 만납시다」(KBS)

84년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 8년간 진행(KBS)

91년 「이계진의 아침마당」(KBS)

92년 「모닝쇼」(SBS)

92년 「스타와 이밤을」

96년 「한밤의 TV연예」

98년 「사랑의 리퀘스트」

99년 「TV내무반 신고합니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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