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적 시사만화 「반쪽이」의 작가 최정현(39)씨가 90년 5월에 본 첫 아이는 그에게 세계로 열린 창이었다. 그는 딸 하예린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사사건건 신기해했다.한달 뒤, 한국의 첫 실명 육아만화 「반쪽이의 육아일기」가 주간 여성신문에 실리기 시작했다. 95년 7월 그간의 연재만화가 묶여 한 권의 책으로 나와, 찍히고 찍혀 이제는 7쇄.
『남자 체면에 그기 뭐꼬』 보수적인 고향(대구) 선배는 연재 당시 볼멘 소리가 대단했다. 사실 기저귀 갈아 주고, 침대며 유모차 따위를 손수 만드는 등의 이야기는 대장부의 할 바가 아닐지 모른다.
그는 『만화 육아 일기는 내게 전에 없던 안정감과 충족감을 주었다』며 『예린이와 열심히 살아가면 소재는 무궁무진 했다』고 돌이킨다. 말마따나 87편 만화 속의 에피소드는 본인 이야기. 분유에 길들여져 있던 아이에게 초유 먹이기, 아이가 하도 울어 한 밤을 꼬박 샌 이야기 등등.
이후 「평등부부 반쪽이의 가족일기」 「반쪽이네 딸 학교 가다」 등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는 이 시리즈 만화는 예린이의 시집 출간까지 잡아두고 있다. 또 일본 사회평론사는 「한국남자도 아기키우기」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하기도 했다. 한국 가정이란 흔치않은 소재가 일본 만화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인간적인 선에 어우러져, 그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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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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