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금은 눈먼 돈』 『못 타는게 바보』정부의 허술한 관리를 악용하는 사이비 벤처기업들이 국민의 혈세를 갉아먹고 있다. 엄청난 특혜를 주면서도 해당 부처가 대부분 서류심사에만 의존하는 허점을 파고드는 것이다. 지난해 민간연구소가 일시에 830여개나 생겨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명문대 출신으로 지난해 벤처사업에 뛰어든 정모(29)씨는 『한기업이 4~5개 정부부처로부터 중복지원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고 심지어 부동산업자가 자신의 건물에 PC방 하나를 달랑 차려놓고 브로커를 통해 서류를 위조해 벤처지원금을 타내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사이비 벤처기업들은 허위영수증으로 사업진도 보고서를 내는 가하면 지원기관의 현장조사가 나올 경우 주위에서 빌려온 장비를 자신들의 것처럼 속이기도 한다. 영상제작관련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최모(32)씨는 『다른 회사의 요청에 따라 빈번히 영상편집기와 컴퓨터장비를 빌려주고 있다』며 『일부회사들은 공동으로 중고장비를 구입해 실사가 나올때마다 돌려 쓴다』고 말했다.
서류조작 및 유령회사설립 등 각종 교묘한 수법으로 타낸 정부지원금은 대부분 엉뚱한 용도로 유용된다. 벤처기업인 K사는 지난해 정보화촉진기금 4억6,000여만원을 사지도 않은 최첨단컴퓨터 구입명목으로 대출받아 검찰에 적발됐다. 또 컴퓨터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A사도 정보화촉진기금 3억여원을 지원받아 이중 절반만을 기술개발비와 인건비에 쓰고 나머지 1억5,000천여만원은 금융투자를 하다 적발돼기도 했다.
위장벤처기업을 설립, 벤처육성자금을 챙겼다가 지난 5월 구속된 이모(44)씨 등 3명은 97년 부도상태인 비닐생산업체 S화학을 인수한 뒤 고추농사용지지대를 마치 신기술인 것처럼 신고, 기술신용보증기금 천안지점에서 21억여원의 대출보증을 받아 이중 2억원을 챙겼다. 이씨는 대출보증을 받는 과정에서 실업자와 노숙자들의 명의까지 이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벤처기업육성자금의 대출이 보증인의 변제능력이 아닌 재산세 납부실적만으로 이뤄져 이씨의 범죄행각이 가능했다』며 『전문보증인을 세워 대출금을 가로채는 전문보증사기단도 적지않다』고 밝혔다.
코스닥시장도 부실벤처기업 피해로 얼룩져 있다. 서울지검은 6월 코스닥 시장의 비리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펼쳐 자격미달의 회사에 투자를 유도해 수백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올린 증권지점장과 회사대표 13명을 기소했다.
이처럼 폐해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지난달 21일 「벤처기업 확인요령 개정안」을 발표,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6월부터는 「불법브로커 신고센터」를 운용하는 등 단속에 나섰지만 성과는 미미한 실정. 업계관계자는 『불량벤처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사례가 드러나면 그 책임이 고스란히 해당 공무원에게 돌아갈텐데 신고업무가 제대로 이뤄지겠느냐』며 『중더러 제머리깎으라는 식의 행정일 뿐』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중기청 관계자는 『단속센터를 운용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불량기업을 적발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벤처기업협회 김선홍(金善烘) 연구실장은 『가짜벤처기업이 늘어나는 것은 창업자금을 빌려주는 식의 일률적인 벤처지원정책의 한계에서 나온 것』이라며 『창투사등 민간자본을 활성화하고 정부의 투자를 간접투자로 돌리는 방향으로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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