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4조원 예산 투입, 2002년까지 2만개 벤처기업 육성」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의 탈출구로 야심차게 추진해온 벤처기업 지원사업이 제도의 허점과 인프라 부실로 인해 큰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제정된 벤처기업육성특별법은 벤처기업으로 선정된 업체에 대해 직접융자에서부터 세제감면등 대대적인 자금을 지원토록해 우리 사회에는 거센 벤처열풍이 불어닥쳤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대상기업 선정기준이 허술하고 자금배정 및 사후관리도 부실해 지원금만 노리는 사이비 벤처기업과 악질 브로커들이 독버섯처럼 등장, 벤처기업 육성의 취지를 무색케하고 있다.
현재 벤처캐피털의 투자총액이 자본금의 20%이상 연구개발비가 연간 매출액의 5%이상 특허관련제품 매출액이 전체 매출액의 50%이상 신기술개발사업으로 생산된 제품의 매출액이 50%이상 기술신용보증기금등 평가기관으로부터 우수회사로 인정받은 기업 등의 조건중 하나만 충족하면 특별한 심사나 확인절차 없이 벤처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자격도 2년간 유효하다.
이와 관련,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하루평균 10여개씩 등록되는 벤처기업에 대해 일일이 현장실사를 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지금 인력으론 서류심사만도 벅차다』고 전했다. 또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 중기청, 지자체 등으로 분산된 지원금 집행부서도 상호 연계가 없어 자금을 중복해서 타내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에 따라 지원금을 노리는 사이비 벤처기업이 늘어나고, 삼류기업에 간단한 서류조작으로 정부확인서를 받게해준 뒤 수고비를 챙기는 브로커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퇴직공무원과 전직 금융종사자까지 가세한 이들 브로커는 벤처창업에서부터 정부확인서 발급, 대출담보 제공, 사업수주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토털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는 이같은 벤처시장의 부작용을 방치한채 2002년까지 어떻게든 2만개의 벤처기업을 만든다는 경직된 방침만을 고집,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기업에까지 혜택을 주는 무책임한 행정을 계속하고 있다.
벤처기업협회의 유용호(柳龍昊·42)기획조정실장은 『무조건적인 과잉지원보다 한정된 자금을 자생력있는 기업이 차지할 수 있게끔 하는 시스템을 우선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며 『주인없는 정부자금보다는 엔젤펀드 등 민간부문의 자본이 활성화해야 기업에 대한 검증 및 실사작업도 철저히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훈기자
june@hk.co.kr
김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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