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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란사건 판결문 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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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란사건 판결문 요지

입력
1999.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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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유죄부분에 대한 이유를 살펴보겠다.피고인들은 진도그룹 및 해태그룹에 대한 부당대출압력 부분에 대하여 대출압력을 넣거나 직권을 남용할 범의가 없었다고 주장하나, 법정에서의 피고인들의 진술, 관련 증인들의 증언을 비롯하여 검사가 제출한 모든 증거를 종합해 보면 충분히 유죄로 인정된다. 피고인 강경식의 경우는 개인적 친분에 따라, 피고인 김인호의 경우는 주위의 청탁 또는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점의 정치적 상황 등을 고려하여 진도그룹이나 해태그룹의 담보제공능력, 대출금상환가능성, 경영정상화가능성, 자구계획의 실현여부 등에 대한 구체적이고 엄밀한 검토없이 채권은행장들에게 협조융자를 지시하였고, 이는 피고인들이 금융권을 비롯한 경제계 전반에 걸쳐 지닌 영향력에 비추어 해당 은행장들에게는 강력한 압력으로 작용하였을 것임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다음 외환위기 책임에 관련된 무죄부분에 대하여 보겠다.

먼저 피고인 강경식의 기아사태 처리와 관련된 직권남용의 점에 관하여 판단한다. 제반 증거를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윤증현을 통하여 종금사들로 하여금 기아의 화의신청에 대한 동의여부 의견조회시 부동의하도록 지시, 이미 위 화의신청에 동의의견을 보냈던 한솔종금의 대표이사인 한동우가 이미 표시한 동의의사를 철회하고 부동의 의사표시를 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결과적으로 한동우로서는 권리행사를 방해받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 피고인 강경식에게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려면 권리를 방해받은 결과 외에 더 나아가 피고인 강경식이 자신의 직권을 남용하여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한다는 인식이 있었어야 한다. 기아사태의 적절하고 신속한 처리가 요망되고 있는 당시 상황에서 피고인이 제3자 인수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당시의 모든 상황에 비추어 기아사태를 처리함에 있어서 도움이 될 수 없었다는 점, 피고인이 기아문제의 처리에 대하여 정부는 관여하지 않고 채권은행단과의 협의에 맡긴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에 걸쳐 밝힘으로써 이중적인 태도를 취한 것으로도 보이나, 이는 우리나라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는 점, 정부로서도 기아가 우리 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치 및 그 부도에 따르는 금융시장의 불안, 협력업체의 연쇄도산, 대외적 신인도의 문제 등에 관하여 방관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기아문제를 조속히 처리하기 위하여 노력한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은 당시 상황에서 기아사태를 국가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조속하게 처리하고자 채권은행단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대책을 논의하여 그 결정사항을 채권단에게 정부의 의견으로 전달하였던 것으로 판단되므로, 피고인이 기아사태를 정부차원에서 대처함에 있어서 정책대응상의 오류로 인하여 이를 조속히 처리하지 못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 부분 공소사실에 있어서 피고인에게 직권을 남용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다음 피고인 강경식의 외환시장 개입 중단지시와 관련된 직권남용의 점에 관해 판단한다.

이에 대해 피고인은 97년 10월28일 한국은행의 외환시장 개입을 중단하라고 지시한 사실은 없고 다만 당분간 환율운용을 한국은행에 맡기기로 했을 뿐이라고 하고 있다. 공소사실과 같이 피고인이 금융정책실장인 윤증현에게 한은이 외환시장 개입을 중단하라고 지시했을 가능성에 대해서 보면 피고인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다는 윤증현이나 그로부터 순차적으로 다시 지시를 받은 원봉희, 김석동은 모두 피고인으로부터 지시받은 내용은 『한은 총재와 협의해 환율운용을 한은이 책임지고 시장원리에 따라 운영하기로 했으니 그리 알라』는 것이므로 피고인의 변소에 부합한다 할 것이고, 제반증거에 비춰 윤증현으로부터 원봉희를 거쳐 한은 국제부장인 정규영에게 피고인의 지시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지시내용이 잘못 전달됐을 가능성이나 정규영까지는 환율운용을 한은에서 책임지고 하라는 피고인의 지시가 제대로 전달되었는데, 정규영이 그같은 지시를 받고 독자적으로 판단해 외환시장 개입중단조치를 취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할 것이다.

다음 피고인들의 외환위기 보고와 관련된 직무유기의 점에 관해 판단한다. 먼저 피고인들의 10·29 보고와 관련된 직무유기의 점에 관해 살펴본다. 공소사실에 의하면 피고인들은 97년 10월29일 외환위기로 급진전할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나 10·29 보고 당시의 객관적 경제상황 및 그 대응과정에서 나타난 피고인들의 인식 등을 종합해 살펴보면, 피고인들이 한은이나 각종 경제연구소의 외환위기 경고등을 주목하지 않고 당시 상황을 안이하게 인식하였다는 비난가능성이 있는지의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피고인들이 10·29 보고당시의 경제상황을 외환위기로 급진전될 가능성이 있는 상태로 인식하고도 이를 은폐, 축소보고하는 식으로 직무를 의식적으로 포기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

다음 피고인 김인호의 97년 11월8일 및 피고인들의 11월10일 대통령에 대한 외환사정에 관한 보고와 관련된 직무유기의 점에 관해 살펴본다.

검찰은 11·8 및 11·10 보고가 축소보고라는 점의 전제로 피고인들은 97년 11월8일 경에는 당시의 외환위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IMF에 구제금융지원요청을 하는 수밖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주장했으나 당시 우리나라 외환상황 및 이에 대한 피고인들의 인식과 대응과정, 경제학자들에 의할 지라도 국가가 외환위기의 상황에서 IMF구제금융 요청을 검토한다고 할 때 IMF 이외의 대안을 검토하고 점검해보아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모두 동의하고 있는 사실, 또 재정경제원은 피고인 강경식의 지시에 의해 자산담보부 증권과 백업 퍼실러티 방안 등을 검토했고, 피고인들과 이경식을 비롯한 재정경제원, 대통령비서실, 한은 실무자들은 11월13일에 이르러서야 IMF 이외의 다른 대안들은 당장의 외환위기를 막을 수단이 되지 못하므로 IMF에 자금지원 요청을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린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11·10 보고 당시까지 피고인들을 비롯한 재정경제원, 청와대, 한은 관계자들은 대부분IMF 구제금융을 당시 외환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선택가능한 유력한 하나의 방안으로 검토하였던 것이지 다른 대안의 검토없이 당장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던 것은 아니었다고 판단된다.

검찰은 피고인 김인호가 11·8 보고 당시 우리나라의 외환상황이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이외에는 우리나라 자력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외환위기 상황이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는데도 대통령으로부터의 질책, 책임문제, 명예실추 등을 우려해 이러한 외환위기의 실상을 호도하고 축소보고하였다고 주장하나, 검찰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 김인호가 11월8일 대통령에게 경제상황을 보고하면서 경제에 어려움이 있으나 세계적인 현상이고 강경식이 알아서 해결할 것이라는 등으로 사실을 호도해 축소보고했다고 인정할 수는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가장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피고인 강경식이 11·10 외환위기의 심각성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하여 살펴본다.

공소사실에 의하면 피고인 강경식이 IMF 구제금융 지원요청을 회피하겠다는 의도로 11·10 보고시 IMF 구제금융 지원요청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외환위기의 심각성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그 근거로 첫째 11·9 대책회의에서 이경식, 정규영 등이 IMF로 갈 수밖에 없다고 하자 피고인 강경식이 『어떻게 창피해서 IMF에 가느냐, 내 재임 중에는 가지 않는다』고 말하였다고 하나, 정규영 이외의 증인은 이와 같은 말을 들은 바 없다는 것이고, 둘째 11·10 보고서에서 「IMF와의 협의」항목을 삭제하도록 지시하였다는 점을 들고 있으며, 셋째, 홍재형, 이정식, 윤진식이 11월11일과 11월12일 대통령과의 대화 과정에서 대화내용과 대통령의 태도에 비추어 대통령은 그때까지 IMF 문제에 관하여 제대로 보고받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들고 있으나, 이에 관련된 중인들의 증언은 모두 추측에 불과하며 추측만으로 피고인 강경식이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고, 그밖의 검찰에서 드는 사정들을 고려한다 할지라도 피고인 강경식이 외환사정에 관하여 은폐 내지 축소보고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검찰은 또한 피고인 김인호가 97년 11월10일 피고인 강경식의 보고에 동조하였으나, 피고인 김인호로서는 피고인 강경식과 각종 대책회의 및 의견교환을 통하여 긴밀히 협의하고 당시의 외환상황에 대하여 피고인 강경식과 인식을 같이 한 상태였음을 엿볼 수 있고 11·10 보고는 위와 같은 논의를 통하여 정책결정에 대한 책임이 있는 각료인 피고인 강경식이 대통령에게 대책을 보고하는 자리였고 피고인 강경식이 외환위기의 실상을 축소보고한다고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에 피고인 강경식의 보고에 이견을 제시할 이유가 없었으며 그럴 생각도 없었다는 피고인 김인호의 변소가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보이고 달리 당시 피고인 김인호에게 직무유기의 인식이 있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결국 당시의 객관적 상황을 돌이켜 판단하여 당시 피고인들에게 조속히 IMF구제금융 요청을 회피하려고 당시의 외횐위기 실상을 은폐, 축소보고하였다고는 인정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외환위기 책임과 관련하여 마지막으로 피고인 강경식의 IMF 구제금융 요청사실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대국민 공식발표를 하기로 대통령에게 구두보고하여 재가를 받은 후 해임된 사실 및 피고인이 경질되면서 후임 부총리인 임창열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던 사실은 피고인도 인정하고 있으나, 피고인은 위 대책보고 후 예정하였던 발표를 연기하기로 김용태 대통령 비서실장과 합의하고 기자회견을 취소하였고, 해임후 청와대에서 후임자가 누구인지는 알지 못하였으며 재정경제원으로 돌아온 후 1시간이 지나서야 임창열이 후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 바, 피고인으로서는 이미 기자회견까지 취소시킨 상황에서 위 대책에 관하여도 새로운 경제부총리가 임명되었으므로 그가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내용을 검토하여 발표시기를 다시 정할 것으로 생각하였지 취임 당일 취소되었던 기자회견을 다시 하여 그 정책을 그대로 발표하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고 보인다.

따라서 피고인 강경식의 기아사태 처리와 관련된 직권남용의 점, 피고인들의 대통령에 대한 외환위기 보고와 관련된 직무유기의 점, 피고인 강경식의 IMF 발표계획 인계의무와 관련된 직무유기의 점에 대하여서는 각 무죄를 선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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