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잘 모르는 정치권에서 착각한 거겠죠. 곧 취소되지 않겠어요?』19일 저녁, 투신사 수익증권의 비(非)대우채권부문에 대해 분리환매를 허용한다는 국민회의의 발표내용을 들은 투신사 직원의 반응이었다. 발표대로라면 당장 비상대책을 세워야 할 일이었지만 투신사 직원들은 유유히 퇴근했다. 집권여당 정책위의장이 발표한 내용을 그처럼 가볍게 받아들이는 태도에 「저러니 고객들이 믿고 따르겠나」 하는 짜증이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저러니…」하는 생각의 대상이 바뀌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국민회의측이 세시간도 채 안돼 『오해가 있었다. 없던 일로 하자』고 말을 바꿨기 때문이다. 「이 정도로 나사가 풀려 있는 것을 봤으니 신당 창당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될 것」이라는 농담이 나도는 것도 무리가 아닌듯 싶다. 덜렁 내놓은 한페이지짜리 발표문이 실행됐을 때의 시장혼란을 생각하면 그나마 번복이라도 해준게 차라리 고맙다고 해야 할 것이다.
정치권만이 아니다. 바로 전날에는 증권사들이 개인고객분 머니마켓펀드(MMF)환매범위를 몇시간만에 번복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여기에는 금감위의 애매한 입장표명이 한몫을 했다. 대우채권 분리환매문제만 하더라도 당초에는 허용한다고 했다가 파장이 예상되자 슬며시 불허쪽으로 바꾼 바 있다.
금융기관의 재벌명칭 사용금지 등 시장과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사안들에 대해 번복이 반복되고 있다. 시장의 가장 큰 적은 불확실성이다. 시장을 이끌어가야 할 측이 「불확실성 제조기」 역할을 하는 한 시장의 안정은 기대할 수 없다. 국민회의는 시장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김준형 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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