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식 전경제부총리와 김인호 전청와대경제수석의 환란책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서울지법 형사합의22부 재판부는 이날 선고 직후 모두 자취를 감추었다. 재판장인 이호원(李鎬元·사시 17회·사진)부장판사는 이날 판결에서 볼 수 있듯 원칙주의자다. 지난해 7월 첫공판 이후 1년 넘게 환란재판을 진행해온 이판사는 모든 증인에게 수사기관에서의 진술내용 등을 보여주며 일일이 확인토록 요구하는 철저함을 보여줬다. 증인으로 소환해도 불출석하면 여지없이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구인장을 발부했다.지난해 5월 히로뽕 투약 혐의로 기소된 박정희(朴正熙)전대통령의 외아들 지만(志晩)씨에게 징역 6월의 실형을 선고, 검찰을 놀라게 한적도 있다. 통상 선고는 검찰 구형보다 낮은 것이 관행인데 당시 검찰에선 벌금형을 구형했다.
이부장판사는 이날 선고 직전까지 『판결문 분량도 밝힐 수 없다』며 극도로 보안을 유지했고 선고 직후에는 『판결 이외에는 더 할 말이 없다』며 입을 다물었다.
충북 청주 출신으로 경기고, 서울법대를 나와 80년 임관한 뒤 대법원 재판연구관도 지냈었다.
주심 호제훈(扈帝熏·사시 34회)판사는 지난 3월 법원 정기인사에서 환란사건 주심판사가 돼 지난 6월 결심 이후 2개월 동안 휴가도 안간채 판결문 작성에 고심했다. 호판사는 『처음 합의한 대로 선고가 됐다』며 『부장판사와 한달내내 판결문 작성에 머리가 아팠는데 이제 후련하다』고 말했다.
좌배석 왕정옥(王正沃·사시 35회)판사는 부산 주례여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수원지법 초임판사를 거쳐 역시 지난 3월 22부에 합류한 여판 사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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