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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죽인 여학생에 선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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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죽인 여학생에 선처를"

입력
1999.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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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며느리가 될 뻔 했던 아이인데, 제 아들이 못다한 삶을 대신 살 수 있도록 선처해 주십시오』남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장기 7년 단기 5년의 징역형이 선고됐던 19세 여학생이 피해자 부모의 탄원에 힘입어 집행유예 판결을 받아 풀려났다.

A양이 동갑내기 남자친구를 만난 것은 중학교 2학년이었던 94년. 두사람은 서로 사랑에 빠졌고 양가 부모에게 인사한 뒤 결혼까지 약속했다. 그러나 두사람의 관계가 깊어지며 성적은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고 지난해 A양이 먼저 헤어질 것을 요구했다. A양은 『결연한 의지를 보여달라』는 남자친구의 요구에 흉기를 준비했으나 그만 이를 보고 놀란 남자친구와 몸싸움을 벌이다가 결국 남자친구를 찔러 숨지게 했다.

지난해 12월 구속된 A양에게 서울지법 서부지원은 지난 4월 범행결과가 중대하고 수법도 잔인하다며 장기 7년에 단기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인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채영수·蔡永洙부장판사)는 19일 A양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50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두사람이 주고받은 편지와 생활기록부 등을 보면 두사람이 모두 모범생이었고 서로 사랑을 나눠 결혼까지 약속했던 사실 등을 알 수 있다』며 『무엇보다 피해자의 부모가 선처를 호소하고 있는 만큼 실형 보다 가족과 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여진다』고 밝혔다.

A양은 구치소에서 지난해 수학능력시험에 응시, 300점 가까운 점수를 받아 대학에 합격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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