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대우사태 여파 등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을 틈타 한동안 투신 등 제2금융권에 몰렸던 시중자금 유치전에 나서고 있다. 투신권 환매사태로 빠져나온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각종 특판행사를 통해 예금금리를 인상하는가 하면 주식에서 채권으로 전환가능한 「전환형 단위금전신탁」등 신종 아이디어상품을 내놓고 있다. 이에따라 정부의 강력한 금리인상 억제방침에도 불구, 금융권 수신경쟁이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신한은행은 19일부터 한시적으로 「실속정기예금」 금리를 6개월제는 7.0%에서 7.5%로, 1년제는 7.5%에서 8.0%로 각각 0.5%포인트씩 상향조정했다. 제일은행도 9월말까지 500만원 이상의 특종재형저축에 대해 0.5%포인트의 금리를 추가 지급하겠다고 나섰다. 다른 은행들도 기존에 0.2%포인트 가량의 금리를 추가 지급할 수 있도록 했던 각 지점장 재량을 0.5%포인트로 높이는 한편 실무적인 검토를 거쳐 수신금리 인상 움직임에 동참할 분위기다.
상반기만 해도 신상품을 내는데 주저했던 은행들은 최근들어 시중 부동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한 각종 아이디어 상품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그동안 투신사의 펀드상품에만 도입됐던 「전환형」상품이 대표격. 최근 큰폭의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주식시장탓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금피난처」를 찾고있는 고객들을 겨냥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외환은행은 주식에 투자해 일정 수익률을 달성하면 주식관련상품을 매각하고 국공채 및 우량회사채 등으로 전환해 투자하는 전환형 단위금전신탁의 발매를 시작했다. 고수익과 안정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상품이라는 점에서 투신사 수익증권에서 이탈한 고객들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른바 「게임형 상품」등 각 은행의 아이디어 상품들도 사실상 수신금리 인상효과를 내며 고객 끌어들이기에 나서고 있다. 국민은행이 이달초 2000년 증권시장 첫 개장일에 자사 주식 종가를 맞히는 고객에게 최고 1,000만원의 예금증서를 주는 「밀레니엄 행운정기예금」을 시판한데 이어 주택은행도 상품만기에 자사 주가가 은행 최고주 자리를 지키면 연 0.1~0.5%포인트의 보너스 이자를 주는 「블루칩 통장」을 내놓았다. 조흥은행이 시판하는 「에스컬레이터 정기예금」은 소비자 물가지수에 연동해 물가가 오를 경우 이자를 추가 지급하며, 하나은행도 평상시에는 자유 입출금 거래를 하다 일정기간 금액을 인출하지 않기로 약정하면 정기예금 수준의 고금리를 지급하는 「하나 신(新)자유저축예금」을 판매하고 있다.
한빛은행 마케팅부 김호중(金浩中)과장은 『일부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올리고 있어 보조를 맞추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대출금리 인상은 금리안정에 중점을 두고 있는 정부방침에 역행하는 것인 만큼 당분간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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